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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천만 명이 이렇게 목숨을 잃는다면…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6년 08월호

2026년 한국에서 출간된 문학 작품 가운데 메시지만 놓고 보면 가장 중요한 책은 미국의 SF 작가 킴 스탠리 로빈슨의 『미래부(The Ministry for the Future)』가 아닐까 한다. 2020년 미국에서 나오고 나서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등이 극찬했던 작품인데, 한국에서는 이제야 번역됐다. 

기후위기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의 시작은 충격적이다. (이미 현실에서는 과거가 된) 2025년의 어느 날, 인도 북부에 열파가 덮친다. 며칠간 이어진 열파로 인도 전체에서 2천만 명이 죽는다. 더위에 발전기가 고장나고 전기가 끊기자 냉기를 찾아서 호수로 뛰어든 사람들. 그들은 모두 체온(36.5도)보다 데워진 물속에서 하나둘 목숨을 잃는다. 시체로 가득 찬 호수.

소설 속 허구가 아니다. 올해 6월 유럽을 덮친 이른 더위로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초과 사망자가 3천 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덥지 않았던 평상시 6월 사망자 수와 비교했을 때 무려 3천 명의 희생자가 더 생겼다는 뜻이다. 이들 대부분은 소설처럼 더위 탓에 목숨을 잃었다.

알다시피 인간은 약 36.5도의 체온을 유지해야 살아남는 항온 동물이다. 이 적정 체온을 유지하고자 우리는 끊임없이 땀을 흘린다. 피부의 땀이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바깥으로 배출한다. 하지만 대기 중 습도가 너무 높아 땀을 증발하는 일이 어려워지면 어떻게 될까? 맞다. 몸의 열이 계속 쌓여 체온이 올라가고 심하면 생명을 잃는다. 소설 속 인도에서, 지난 6월 유럽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산화탄소의 역습, ‘속 빈 강정’이 된 식물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중위도에서 태어난 행운 덕분에 우리는 이 중요한 전 지구적 재앙 징후에 둔감하다. 사계절 기후 패턴이 바뀌는 조짐이 분명히 보이고 식탁이 바뀌고 있음에도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 글을 읽는 독자 가운데도 분명히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을 테다. 기후위기는 알레르기 질환 유행을 부추긴다. 이런 식이다. 지구가 데워지면 북반구의 중위도는 덥고 습한 날이 많아진다. 덩달아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내놓는 식물의 생존 기간이 길어진다. 그 결과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비록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그래도 식물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는 일은 좋지 않을까?’ 실제로 기후위기가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후위기로 북반구 중위도 이상 지역에서 곡물의 수확량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가 심각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식물이 빨리 성장하기는 했다. 그런데 쌀과 밀 같은 곡물이나 과일의 상태는 영 시원찮았다. 곡물은 영양소가 부족했고, 과일의 속은 충분히 알차지 않았다. 전형적으로 식물이 웃자랄 때 일어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식물이 열매에 영양소를 꾹꾹 눌러서 저장하는 이유는 일종의 생존 본능이다. 환경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식물은 후대를 기약하며 씨앗을 더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열매에 영양소를 저장한다. 그런데 지금의 지구 대기에는 식물이 포도당과 같은 영양소를 만드는(광합성) 원료인 이산화탄소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하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넘치자 식물은 탄소를 흡수해 몸집은 불리게 됐지만 토양에서 흡수해야 할 미네랄과 단백질 같은 필수 영양소의 축적 비율은 오히려 떨어지게 됐다. 영양소가 이산화탄소에 의해 ‘희석’되는 현상이다. 그 결과가 바로 영양소가 부족하고 속이 알차지 않은 곡물이나 과일이다.

열파와 한파,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농사에 타격을 받지 않는 지역에서도 먹을거리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알레르기 질환부터 전 세계적 곡물 생산 변동까지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영향을 주고 있다. 그것도 매년 그 정도를 더해 가면서.

1950년대 이후 최악 엘니뇨, 한반도를 겨눈다
올해 상황도 심상치 않다. 하필이면 1950년대 이후 최악의 ‘엘니뇨(El Niño)’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태평양 중앙부와 남아메리카 페루 인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가량 지속될 때 선언된다.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높은 게 도대체 우리와 무슨 상관일까.

애초 북반구의 적도(0도)와 30도 사이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분다. 태평양의 해수도 이 무역풍을 따라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적도의 따가운 햇빛에 데워진 바닷물(표층수)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 태평양 동쪽에서는 심해에서 차가운 바닷물(심층수)이 그 자리를 메운다. 자연스러운 해수의 에너지 순환이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이 무역풍의 강도가 약해질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햇빛에 데워진 태평양 동쪽 바다에 쌓여 있던 따뜻한 바닷물의 이동에 제동이 걸린다. 따뜻한 표층수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심해의 찬 바닷물이 올라올 수가 없다.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계속해서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엘니뇨가 이때 나타난다.

일단 엘니뇨가 지속되면 남미의 페루 같은 곳은 따뜻해진 바다의 영향으로 폭우와 홍수가 발생한다. 찬물에 살던 물고기가 사라져 어업에도 타격을 입는다. 반대편 저위도 지역의 아시아는 가뭄과 폭염이 심해진다. 인도 역사에서 가뭄으로 대기근이 일어났을 때는 공교롭게도 엘니뇨가 심할 때였다. 엘니뇨가 촉발한 전 지구적 식량난이 걱정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중위도에 있는 한국은 어떨까? 대체로 엘니뇨가 심할수록 한반도 남부 지역은 폭우가 심했다. 서태평양 중심부에서 비로 내려야 했을 뜨겁고 습한 수증기가 엘니뇨로 길을 잃고 일본 열도와 한반도 남쪽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수증기가 덥고 습한 날씨에 더해 북쪽의 찬 공기와 부딪치며 폭우를 만든다. 엘니뇨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연구 중이다.

소설 『미래부』에서 며칠 새 2천만 명의 이웃을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화를 참지 못한 일부는 극단적인 테러리스트가 돼 석유 재벌을 암살하고, 부자의 전용기를 포함한 항공기와 화물선을 공격한다. 2001년 9·11 테러부터 최근의 국제 분쟁까지 21세기 들어 벌어진 일들을 떠올리면, 충분히 현실이 될 법한 상상이다.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가 왠지 싸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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