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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목적 없는 대화를 한다는 것
김중혁 소설가 『펭귄뉴스』,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작가 2026년 08월호

‘스몰 토크(small talk)’라는 말을 좋아한다. 단어를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작은 이야기’나 ‘소소한 이야기’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스몰 토크라는 어감이 마음에 든다. ‘스몰’이라는 발음은 부드러운데 ‘토크’의 발음은 톡톡 튀어서 두 개의 단어 사이에 수많은 의미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스몰 토크에 대한 사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영국 서섹스대 심리학자인 샌드스트럼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던 교수가 진행한 바리스타 실험이다. 카페에 들어가서 바리스타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사회의 관계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바리스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그와 토론을 해본 적도 없고 나이나 이름도 모르지만,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최근의 기분을 얘기하고, 오늘 하루를 축복해 주고 공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많다.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맛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찬사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오늘 생선 상태가 너무 좋았어요. 방금 수산시장 다녀오신 거예요?”라든가 “전에도 맛있었지만, 오늘 유독 맛이 좋네요.”라는 말을 건넨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는 “이 커피 새로 들어온 건가요? 완전 새로운 맛이에요.”라고 말을 건넨다. 사장님들은 대부분 기분 좋게 내 말에 대꾸해 주거나 설명을 달아준다. 내가 칭찬받은 게 아닌데, 칭찬을 건넨 사람은 나인데, 기분이 좋아진다.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한국 생활과의 가장 큰 차이가 스몰 토크라고 한다. 영화를 봐도 그렇다. 펍이나 바에 앉아서 옆에 앉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굳이 친해지려는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수많은 파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처음 만난 사람과 다섯 마디를 나누기 전에,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지는 일이 흔하다. 그때 주고받는 이야기들에는 별다른 목적이 없다. 그저 같은 장소에서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것이다. 결혼했는지 묻지 않고, 출신 학교를 묻지도 않는다. “와, 오늘 입은 셔츠 멋지네요.”라든가 “좀 전에 나온 곡 너무 좋지 않았어요?”라든가 “이 화이트 와인 맛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같은 현재에 충실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우리는 대화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대화란 정확한 방향이 있어야 하고, 쓸모없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하고, 경제적이고 압축적이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 문화 속에서는 상대방의 말에 오해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저 사람이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저 흘러가는 것들을 억지로 붙잡으려고 들면 삶이 피곤해진다.

모든 사람이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는 풍경 속에서 상대방에게 말 걸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어떤 연구에서는 스몰 토크를 자주 할수록 사회적 자신감이 높아지고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이라도 교육과정에 ‘스몰 토크’ 수업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대화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주제가 적당한지, 어떻게 확장하고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아는 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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