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의 직접적인 의의는 거대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11월 30일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양국은 수교 23년만에 협력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됐다. 중국은 전체 교역의 20%를 차지하는 제1위 교역상대국이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거대시장이다. 한·중 FTA는 총 22개의 장으로 구성된 포괄적인 협정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관세감축으로 인한 효과가 떠오를 것이다.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의 비중을 의미하는 자유화율은 20년에 걸쳐 중국이 91%, 한국이 92% 수준으로, 그동안의 FTA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편이다. 다만 2015년 말 발효로 발효시점에 1차로 관세가 낮아지고, 2016년 초 2차로 관세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관세감축 효과보다는 비관세장벽 완화에 주목할 만
관세감축 효과는 양국의 관세수준과 FTA로 인한 감축 폭 그리고 비교우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정유, 1차 금속, 기계, 통신기기, 정밀기기, 자동차 및 기타 운송기기산업에서, 중국은 섬유 및 의복, 고무 및 플라스틱, 비철금속, 사무용 기계, 전자기계, 가구 및 기타 제조업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이나 화학 등에서는 수출증대가 기대되는 반면 섬유·의류, 전기전자, 생활용품 등에서는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철강 등에서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품목별로 효과가 상이할 것으로 판단된다. 석유제품의 경우 중국은 10~1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나 최대 수출품인 항공유에 부과되던 9%의 관세는 즉시 철폐될 예정이어서 상당한 수혜가 예상되며, 화학의 경우에도 화장품, 도료·안료, 계면활성제 등에서 흑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섬유·의류나 전기·전자, 생활용품 등은 상대적으로 생산요소비용이 낮은 중국산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토대로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전자의 경우 이미 무관세품목이 많은 데다 우리 주력품목인 LCD 등이 양허에서 제외돼 FTA 수출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기계의 경우 품목별로 경쟁구조가 달라 영향이 복합적일 것으로 보이며, 완성차나 부품은 양허에서 제외됐거나 양허수준이 낮은데다 현지 생산체제 구축으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철강의 경우 관세구조만 보면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과잉생산으로 인한 경쟁 격화와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을 감안하면 이 역시 영향이 복합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관세장벽의 완화다. 관세감축 효과는 그 혜택을 받는 품목에 국한되며 이미 관세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제한적인 데 비해, 비관세장벽은 모든 상품교역에 영향을 미치며 관세장벽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한·중 FTA로 무역원활화 분야(세관행정의 일관성이나 48시간 이내 통관 등), 무역상 기술장벽 분야(양국의 강제인증제도 전반에 걸친 상호인정협정 추진 등), 규범 분야(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조치 강화 등)에 걸쳐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해소됐다.
본격적인 서비스 및 투자 분야 개방은 후속협상에서 논의할 예정이며, 이번에는 일부 서비스 분야만 개방됐다. 법률, 유통, 환경시장 개방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의 영역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한국기업의 49% 지분참여가 허용됐고 영화, TV드라마 등 공동제작을 부속서(Annex)로 규정함으로써 한류의 기대이익을 우리 기업들도 누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중국은 WTO 정부조달협정 가입을 준비 중인데, 건축·엔지니어링과 건설분야에서 한국 실적을 인정받게 됨에 따라 중국 건설시장 및 공공건설 분야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와 관련된 애로사항을 담당할 기관을 중앙 및 성 단위로 지정토록 하며 재중 주재원의 체류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고 복수비자 발급을 확대하는 등 중국 내 투자여건도 개선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한·중·일 FTA 및 RCEP 협상에 유리한 고지 선점
한·중 FTA의 직접적인 의의는 거대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데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고품질·웰빙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패션, 영유아용품, 의료기기, 생활가전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수출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은 긴밀한 경제교류에도 제도적 연계성이 부족했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서 장관급 공동위원회와 분야별 위원회가 설치되고, 중소기업과 지방협력 등에서 경제협력을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는 등 양국 간 소통과 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도 중요한 의의라고 할 수 있다.중국과의 FTA 발효는 미국, EU, 아세안에 이어 거대경제권과의 FTA네트워크를 완성시켰다. 비단 거대시장이 확보됐을 뿐 아니라 우리가 구축한 FTA네트워크를 활용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투자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최근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메가 FTA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한·중 FTA는 이러한 메가 FTA 협상과정에서 양국의 협상력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지난 10월 5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이 타결됐고, 동아시아지역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한·중·일 FTA 협상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 우리는 TPP 가입을 타진하고 있는 중인 데 비해 단기적으로 TPP 가입이 어려운 중국은 FTAAP(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 대안에 집중하고 있다. 한·중 FTA 발효는 우리 입장에서 TPP 발효에 따른 부담을 경감시켜줄 뿐 아니라 RCEP나 한·중·일 FTA 협상에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해줬다.
또한 현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한·중 FTA는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다. 한·중 FTA에서는 개성공단을 포함 역외가공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도 원산지 지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북한의 개방을 촉진할 수 있다.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과의 경제교류 확대는 한반도 안정화에도 기여하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