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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뛰는 코끼리’ 위에 올라타려면 부품·소재 등 ‘상류 부문’ 공략해야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 2016년 01월호


마침내 한·중 FTA가 발효됐다. 필자에게는 ‘마침내’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하나는 2014년 11월 실질적으로 타결된 이후 오랜 진통 끝에 드디어 국회의 비준을 얻어 2015년에 발효됐다는 의미다. 아무리 뒤늦었다 하더라도 2015년 발효는 의미가 크다. 2016년이 발효 2차 연도가 되어 양국 관세의 두 번째 삭감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10여년 전 필자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의뢰를 받아 우리나라 중요 교역대상 13개국(EU, ASEAN을 한 국가로 감안) 가운데 우리나라 산업의 관점에서 적합한 FTA 대상국을 분석했을 때 이미 중국이 1위였기 때문에 지금의 발효는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의미다. 당시 중국의 수입구조는 우리나라 수출구조와 유사해 수출시장으로 가장 적합한 반면, 중국의 수출구조는 우리나라 수출구조와 경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이후 중국의 수출구조는 괄목할 만한 변화를 거쳐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 주력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은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 되는 것이다.


中 내수시장 공략엔 ‘기회’, 국내 경쟁은 ‘격화’


그럼에도 한·중 FTA는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가 크다.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 가는 수출까지 포함한다면 중국은 우리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명운이 걸려 있는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소비재 분야에서는 국제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내수시장에서도 중국 국내기업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중국 산업을 수요처로 삼는 부품·소재 그리고 기계산업에는 더 많은 기회가 펼쳐질 것은 물론이다. 중국시장에서 일본, 미국, 독일 등 여타 경쟁국들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더욱이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한·중 FTA가 서비스 및 투자 분야에서 중국진출을 더 용이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가 점점 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디자인을 중시해가는 추세라는 점은 분명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인들에게 잠재해 있는 식품에 대한 불안감 혹은 불신감을 감안할 때 우리 식품산업, 나아가 농수산업에도 수출과 투자의 좋은 기회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중 FTA가 밝은 기대감만 주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우리 국내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중국 제품들이 한·중 FTA의 결과로 그 속도를 더 높여갈 것임은 불문가지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대립이 있었기에 농산물이 주된 시장개방 대상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실은 쌀, 육류, 야채류 등 대부분의 농산물은 상당한 보호장치를 마련해 개방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점점 더 기술력이 높아지는 중국 제조업 제품들이 싼 가격을 무기로 물밀듯 우리 시장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더 크게 봐야 한다. 중국시장에서든 우리 국내시장에서든 우리 산업은 경쟁력이 더 높아지는 중국 산업들과 건곤일척의 치열한 경쟁을 해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셈이다.


완제품 제조를 넘어 ‘콜라보’ 통한 제품 기획에 집중할 때 


경쟁에 대비해 우리 산업이 착수해야 할 몇 가지 혁신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까지 추구해 온 양적 성장을 위한 혁신보다는 부가가치를 더 높이는 질적 성장을 위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 산업이 수출과 해외 현지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결국 뛰어난 제조기술을 발전시켜 온 덕분이지만 이 부분에서야 말로 중국 산업의 추격이 눈부시게 빨라지고 있다. 향후 부가가치를 더 많이 붙일 수 있는 분야로서 제품의 기획·설계, 디자인, 유통 등에서 혁신을 이뤄 나가야 한다. 아직까지는 중국 산업이 한국의 제품 기획력을 벤치마킹하려 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들의 숨은 창의적 실력을 부러워하는 눈치다.


둘째, 지금까지와 같이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경쟁력에만 의존해서는 중국 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다. 부품·소재 그리고 기계 등의 이른바 ‘상류 부문(Upstream)’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더 힘써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부품·소재 분야에서 중국에 대해 큰 무역흑자를 쌓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국산화 노력도 눈부신 데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부품·소재의 한국 수출도 괄목할 만큼 늘고 있다. 중국이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기계 분야를 비롯해 상류 부문을 공략하는 것이야말로 ‘날뛰는 코끼리 위에 올라타는’ 길일 것이다.


셋째, 소프트화를 추구해야 한다. ‘경제의 소프트화’가 강조된 지 오래지만 우리 산업의 소프트화 추구 노력은 지지부진해 보인다. 어쩌면 우리 산업이 제조기술력의 우위에 지나치게 도취해 온 탓은 아닐까? 제조업 제품에 서비스·문화·예술의 요소를 입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중국 소비자들의 변화를 읽으면 금방 드러난다. 우리 산업이 우리 전통문화를 제품에 입힌다면 기술 면에서 따라잡히더라도 충분히 중국 소비자들을 설득할 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협업에 나서야 한다. 이미 시중에서는 ‘콜라보’라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는데 우리 산업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산업을 이끌어 온 대기업은 ‘모든 것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추구함으로써 제조공법에서의 우위를 빠른 속도로 확보해냈다. 선진국 기업들을 벤치마킹해 추격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효율적이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착한 새로운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부분에서는 큰 한계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애플이 제조 분야 기술력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쟁력을 대만·중국의 힘을 활용하고 심지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LG전자의 부품을 활용하는 전략을 추구하면서 자신들은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는’ 데만 집중하면서도 제조기술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는 우리 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샤오미가 이러한 애플의 ‘콜라보’ 전략을 벤치마킹해 기술력 차이를 단숨에 극복하고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우리 산업들도 중소기업 혹은 창업기업의 아이디어와 새로운 활력을 활용하는 데, 즉 ‘콜라보’하는 데 눈을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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