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택시장에서 본격적인 준전세(일명 반전세) 시대가 열릴 것 같다. 준전세 거래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형태로, 월세는 적고 보증금이 많은 반전세 거래다. 이미 서울지역에서는 전체 월세 거래에서 준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첫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같은 준전세 시대의 개막은 전세난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단 집주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집주인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가급적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싶다. 전세보증금을 받아 은행 정기예금에 예치해도 명목이자가 연 1.5% 안팎으로 별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증금 일부라도 월세로 전환해 수익을 더 얻고 싶은 것이다. 이 같은 집주인의 월세 전환 움직임은 저금리에 대한 보상심리로 볼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월세 전환율은 아파트 5.2%, 연립·다세대주택 7.4%, 단독주택 8.5%로 예금금리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리고 싶어도 목돈이 없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만 월세로 전환하는 것을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준전세다.
세입자는 그동안 집주인의 요구 때문에 준전세를 받아들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급등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6년 1월 말 현재 전국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74.1%에 달하고, 일부 지역 새 아파트는 90%를 훌쩍 뛰어넘는다. 전세가 비율 90%는세입자가 주택가격의 90%까지 무이자로 집주인에게 대출해 준다는 뜻이다. 물론 주거공간을 무료로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맡기는 것은 위험한 채권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 이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깡통전세’의 위험성이 커진다. 세입자 입장에서 위험회피방법은 전세보증금 비율을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내는 준전세를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전세대출금리와 전월세 전환율 격차도 좁아져 ‘대출받아서 전세금 올려주는 것보다 반전세로 바꾸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는 이처럼 준전세가 유행하면서 세입자들이 월세에 느끼는 저항감도 많이 떨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이 활성화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모든 주택이 순수 월세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전세 종말의 과도기적인 흐름이 바로 준전세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올해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주택 공급과잉 논란에도 2016년 아파트 입주 예정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6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량은 2015년보다 4% 정도 늘어난 27만3,142가구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11만3,012가구로 2015년보다 10.3% 늘어날 전망이다. 주로 경기지역에서 입주예정 물량이 집중적으로 늘어난다(2015년 6만9,280가구→2016년 8만3,355가구). 강남 재건축과 강북 뉴타운 철거이주수요가 몰릴 서울은 2016년 입주예정 물량이 2만2,039가구로 2015년보다 소폭 늘어나 전세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수도권은 2월, 비수도권은 5월부터 강화되면서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많아질 수 있다. 전세시장에는 불안 요인이다.
그러나 극심한 전세난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16년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수요가 많지 않은 ‘짝수 해’이기도 하지만 단기간 전세가 급상승에 따른 피로감, 대체재인 오피스텔과 빌라 입주물량 증가 등을 감안할 때 그렇다. 2016년 전세시장은 전반적인 전세난보다는 국지적인 전세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