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4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미 FTA가 대미 교역 및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미국이 우리나라의 제2 교역국이자 제1 투자유치국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비자후생 35조원 증가, 일자리 35만개 창출 효과 등 FTA 체결 전 정부가 강조했던 종합 영향에 대한효과는 아직은 미지수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제무역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미 교역규모는 FTA가 발효되기 전인 2011년 1,007억달러에서 2015년 1,138억달러로 4년 새 131억달러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무역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연도별 양국 교역규모는 FTA가 발효된 2012년 1,018억달러에서 2013년 1,036억달러, 2014년 1,156억달러로 계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1,138억달러로 감소했다. 한미 FTA는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2011년 562억달러에서 지난해 698억달러로 늘어난 반면, 대미 수입액은 446억달러에서 44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한미 FTA는 외자유치에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5년 미국의 한국 투자는 54억8천만달러로 FTA 발효 전인 2011년(23억7천만달러)에 비해 31억1천만달러 급증했다. 4년 새 2배 이상으로 성장한 셈이다. 연도별 투자규모는 2012년 36억7천만달러, 2013년 35억2천만달러, 2014년 36억1천만달러 등이다. 반면 한국의 대미 투자는 지난해 104억달러로 2011년의 166억달러에 비해 62억달러 감소했다.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 대한 한국 수출 증가폭이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을 앞지른 점도 괄목할 만한 부분이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2015년 FTA 수혜품목 수출액이 전년 대비 5.1% 증가해 일본(-7.8%)과 중국(4.2%)을 압도했다. 이는 FTA 수혜품목에 대한 미국 전체 수입증가율(-11.9%)도 대폭 상회하는 수치다.
FTA 수혜품목은 전기전자 수출이 전년 대비 12.5% 증가한 것을 비롯해 기계 12.4%, 고무 11.3%, 농수산식품 12.9% 등 여러 분야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수출증가를 주도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15년 3.2%로 지난 2000년(3.31%)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우리의 대표 경쟁국인 일본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격차는 지난 2012년 3.85%p에서 지난해 2.65%p로 하락했다.
아울러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대미 수출업체 수 및 품목 수도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대미 수출업체는 3만3,997개사로 전년 대비 540개사가 늘었고, FTA 발효 이후 매년 평균 약 1만5천개사가 신규 진입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FTA 체결 전 정부가 제시했던 소비자후생 및 고용창출의 장밋빛 청사진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아직은 미지수다. FTA가 체결되기 전 11개 연구기관이 발표한 소비자후생 35조원 증가, 일자리 35만개 창출 및 농가피해 등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연구된 바가 없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FTA 체결국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소비자후생 및 고용유발효과 등 체결국가와의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FTA 발효 후 5년째부터 5년 단위로 진행된다. 유형선 산업통상자원부 국내대책과장은 “고용 및 소비자후생 효과 등은 계량모델을 통해 심층분석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 데이터 축적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농업경제연구원 등의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