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로 한미 FTA 협상이 선언된 지 10년, 추가협상을 거쳐 발효된 지 4년을 맞이했다. 지난 4년의 성과를 얘기한다면.
한미 FTA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로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을 포함한 여러 후발 FTA의 모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상황 속에서도 FTA 지지효과 등을 토대로 양국 간 교역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발효 5년 차를 맞이한 2016년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1만357개(92%), 미국은 9,745개(92.8%)의 품목이 무관세화됐다. 이제 양국 간 상품 교역에 있어 관세장벽은 거의 사라졌으며, 여러 비관세장벽들도 많이 완화돼 지식재산권, 환경 등 각종 규범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규범을 도입해 국내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이 1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대미 수출만이 제 몫을 하고 있다. FTA 효과다.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시장에서 경쟁국 제품에 비해 FTA 관세철폐 효과 등을 토대로 경쟁력 우위를 점하면서 우리 수출이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2012년 대비 2015년 국가별 미국 수입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비교하면 일본은 0.6%p 하락, 대만은 0.1%p 증가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증가해 총 0.6%p 늘어나는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점유율 확대폭이 크다. 주요국들의 수출증가세를 비교해도 2011년 대비 2015년 한국의 대미 수출증가율은 24%, 중국은 17%, 일본은 2%로 한국이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수출을 증가시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FTA의 수출활용률은 79.1%로 다른 FTA 전체 수출활용률(71.9%)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도 잘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소기업의 한미 FTA 활용률은 2012년 63.7%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73%를 기록했다. 다수의 중소·중견기업들이 한미 FTA를 활용해 대미 수출을 증가시켜온 덕분이다. 기존에 발효된 FTA 전체 활용률 65%보다 높은 수치다. 그 외에도 한미 FTA의 무관세 혜택 향유를 통해 여타 국가들에 비해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지면서 미국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활용률은 여전히 대기업에 비해 떨어진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인력, 정보 등의 인프라가 취약하다. 기관차용 엔진부품 생산·수출업체인 삼영기계의 경우 한미 FTA 원산지증명을 활용해 중국산과 차별화해 대미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원산지증명부터 사후검증, 해외진출 노하우 등이 생각보다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대책은 있나?
FTA 종합지원센터 및 지역별 FTA 활용지원센터를 통해 분야별 활용 정보를 제공하고, KOTRA 및 한국무역협회에서는 업종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원산지증명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선 원산지관리시스템을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FTA 관련 정보를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고자 1380 콜센터도 구축했다. 언제든 ‘☎ 1380’ 콜센터로부터 맞춤형 상담을 통해 기업별로 적합한 FTA 관련 지원정보를 얻을 수 있다.
농업 부문은 피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대한 보완책은?
정부는 한미 FTA에 대비해 이미 3차례 보완대책을 마련했으며, 농어민 등에 대한 피해보전 및 경쟁력 강화 지원을 위해 2017년까지 총 24조1천억원의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EU FTA 체결을 계기로 한미 FTA 보완대책에 더해 2020년까지 2조1천억원 규모의 보완대책도 추가적으로 마련해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이다. 다행히 한미 FTA 체결 당시 우려됐던 것과는 달리 한미 FTA로 인한 농업 부문의 직접적 피해는 아직까지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통계상으로 볼 때, 한미 FTA 발효 후 4년간 농축수산물의 대미 수입은 오히려 연평균 1.8% 감소했다. 바닷가재, 아보카도, 와인 등 국내 생산이 이뤄지지 않거나 그 비중이 크지 않은 품목들의 수입은 증가했는데, 이는 선택의 다양성 확보 등을 통한 소비자후생 제고 등에 기여했다고 본다.
소비자후생 제고 등에 기여했다고 했는데 국민들의 체감도가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관세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입 유통구조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FTA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점이 있다. 관세인하 효과가 일부 유통업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주요 수입 소비재의 소비자가격 조사, 소비자에 대한 가격정보 제공을 통해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한편,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 이익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병행수입 활성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감독 강화 등 유통구조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계부처, 유관기관과 함께 FTA 효과에 대한 소비자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미 FTA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양국 모두 전체 품목의 98% 이상을 10년 내 무관세화하도록 양허하고 있어 적어도 발효 후 10년까지 양국 모두 FTA 관세철폐 효과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대비 2015년 양국 간 교역은 총 130억달러 증가(13% 증가)했다. FTA 발효 5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 승용차를 포함해 대미 공산품 수입액(2003~2005년 평균 기준)의 약 25%에 해당하는 품목들이 무관세화되고 있어 한국의 대미 수출은 계속 상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 한미 FTA를 주도할 유망 품목을 꼽는다면?
당장 올해 1월 1일부터 관세율이 2.5%에서 0%로 전면 무관세화된 승용차다. 이 외에도 합성 필라멘트사, 폴리프로필렌 합성 스테이플섬유 등의 일부 섬유 및 이소프탈산 등 일부 유기화학 제품들의 경우도 1월 1일부터 무관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미국 시장 내 여타 국가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향유하면서 대미 수출이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PP 발효 등으로 시장환경이 급변할 경우에 대비책은?
우리나라는 한미 FTA 등의 체결로 무관세혜택 등 시장선점 효과를 이미 향유하고 있다. 그동안 구축해 온 방대한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일본 기업이 따라잡기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FTA 체결로 확보된 GDP 기준의 세계시장 규모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이미 전 세계의 74%를 확보한 반면, 일본은 TPP가 발효돼도 4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TPP 발효로 인해 국내 기업이 영향을 받는 측면이 분명히 있을 것인 만큼 사전에 면밀하게 산업적 영향 등을 분석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산업계 역시 메가 FTA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가 구축한 방대한 FTA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혁신역량 강화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