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박근혜 대 통령은 1962년 수교 이후 국가정상으로는 처 음으로 이란을 국빈방문했다. 동행한 경제사 절단은 23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기업은 경제협력에만 치중하는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되는 양국 관계구축을 위해 노력했고, 이란도 우리 대통령의 방문 을 ‘두스트 바 하람헤 쿱(친구이자 좋은 동반자)’으로 부르며 환대했다.
370억달러 이상 규모 프로젝트에서 수주기회 선점
이란은 8천만 인구의 시장이자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인 자원 대국이다. 터키 등 7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아시아ㆍ중동ㆍ유럽 3대륙을 연결하는 허브다. 중동-페르시아 지역에서 제 1의 산업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의 산업 국가다. 지난 1월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은 수출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에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란은 경제제재 해제로 가스ㆍ전력ㆍ철도ㆍ도로 등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고, 교역이 자유로워지면서 우리의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이란 정상방문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신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란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다방면의 제도적 틀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구체적으로 정상방문을 계기로 금융투자, 전력ㆍ석유가스, 인프라ㆍ항만 및 과학 기술, 세관협정 등 경제협력은 물론, 보건의료, 사법공조 및 문화협력 등 분야를 총망라한 66건의 협정과 MOU를 체결했다.
이번 이란 순방은 경제협력의 물꼬를 제대로 텄다. 우리 기업의 수출과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의 90억달러와 무역보험공사의 56억달러 금융약정을 포함, 250억달러의 금융패키지를 마련했다. 이러한 금융지원을 기반으로 1천MW 규모의 박티 아리댐과 아와즈-이스파한 간 540km를 연결하는 준고속철도 건설 가계약이 성사됐고, 사우스파지역 내 폴리에틸렌 생산단지, 잔잔 지역에 건설하는 500MW 규모의 천연가스발전소 약정도 체결됐다. 1,200병상 규모의 심혈관질환 전문치료병원 등 6개 병원을 건설하는 약정도 중요한 성과다. 이란 에너지부의 요청으로 한국전력이 18%나 되는 이란의 송전손실을 개선하고 스마트그리드, 노후변압기 교체 및 신재생 등 5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전력시장 진출을 위한 타당성분석도 시작한다. 모두 합쳐 총 370억달러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수주기회를 선점하면서 이란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프로젝트 참여성과는 우리 기업들이 과거 어려운 환경 아래서도 이란 측과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의 결과다. 지난 1988년 이라크와 전쟁 당시 대림산업은 13명의 한국 근로자 사망에도 가스정제공장 공사를 끝까지 완공했다. 또한 2007년 겨울 이란 내 가스부족으로 수백명이 동사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란의 대통령은 GS건설에 가스공급이 절실하니 다음 겨울이 오기 전까지 가스플랜트 공사를 조기에 마무리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GS건설은 성공적으로 공사를 조기에 끝냄으로써 이란 측과 신뢰를 쌓았다.
이란에서 우리가 만난 정부 관계자와 기업들은 이렇게 과거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국 기업이 신의를 지키고 ‘피를 나눈 형제’였다는 것을 고마워하고 있었다. 우리 기업은 유럽ㆍ일본 대비 가격경쟁력이 있고, 중국ㆍ인도보다 우수한 시공기술력과 납기를 당기는 근면성을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우리 기업 들은 경제회복을 위해 낙후된 기반시설을 조속히 구축하려는 이란의 요구를 만족시킬 것이다.
중소기업 1:1 상담회 통해 5억4천만달러 상담실적 거둬
우리 중소기업들은 이번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눈부신 활약을 했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에서 1:1 상담회가 시작된 뒤로 이번 이란 방문에는 역대 최대인 123개 중소기업이 동행했다. 상담회는 거래선과 시장정보를 얻기 어려운 중소기업들 이 참여한다. 국빈방문으로 우리 기업의 신뢰도가 향상되면서 5억4천만달러 규모의 상담실적을 올렸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한 업체는 1천만달러 상당의 의료용 장비수출을 성사시켰고, 스마트공장화 지원을 받은 뿌리기업은 500만달러 상당의 금형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장에서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이제는 ‘대통령 순방’하면 중소기업들이 1:1 상담회를 연상할 만큼 상담회는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 지난 2015년 3월 중동순방에서 시작된 1:1 상담회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 플랫폼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
아울러 정상순방을 계기로 문화협력 및 문화산업 진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양국은 1977년 서울에 테헤란로를, 테헤란에 서울로를 지정했다. 이란은 제2의 태권도 종주국이라고 불릴 만큼 양국 문화교류의 잠재력이 크다.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의 시청률이 90%에 육박한 것은 양 국민이 서로 역사와 문화,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 테헤란대는 올해 한국어과를 개설하고 내년에는 한국문화원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양국의 유대감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이란 정상방문으로 얻은 외교적 성과를 확산해 나가기 위해 발 빠른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지난 5월 11일 경제계 주도로 대통령을 모시고 경제외교 확산 토론회를 개최해 이란 정상방문 성과를 점검하고 발 빠른 후속조치로 수출회복과 경제 재도약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여러 방안이 발표됐다.
이번 정상방문 시 한ㆍ이란 비즈니스 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밟으면 밟을수록 선명한 색을 드러내는 페르시아의 명품 카펫처럼 양 국민은 역경을 겪을수록 더 힘차게 도약해 왔고,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양국 기업인이 다시 저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번 방문으로 양국이 오랜 기간을 ‘두스트 바 하람헤 쿱’으로 함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어려운 수출여건 속에서 수출을 확대하고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춰졌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이러한 협력모멘텀을 잘 살려야 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수출회복과 경제 재도약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