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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중동 협력의 틀 넘어서는 전략 필요하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2016년 06월호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한-이란 관계의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수교 54년 만에 양국 간 첫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포괄 적인 협력을 위한 새 물꼬도 텄다. 경제ㆍ문화ㆍ북핵 3가지 현안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이란의 핵 개발과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을 둘러싼 양국 간 정치ㆍ외교적 불편함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여러 문화행사를 통해 한류의 확산 가능성도 확인됐다. 특히 대통령의 이슬람식 복장외교는 현지 여론의 극찬을 받았다.

 

중동 내 다각적인 경제협력 거점될 이란

 

경제 분야의 방문성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대통령과 동행했다. 다양한 사업과 분야에 대한 정부 간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양국 기업 간에도 여러 프로젝트에 대한 가계약이 성사되고 진지한 협상이 이어졌다. 구두합의 사업까지 합쳐 수주액은 456억달러, 약 52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 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시장규모 그리고 중장기적 협력 잠재력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과거와는 다른 틀의 접근과 전략이 필요 한 상황이다.

 

“이란 2016년 8대 강대국 클럽에 가입하다” 미국의 격월 외교 및 국제문제 전문지 The American Interest가 1월 말 내놓은 온 라인 분석 기사 제목이다. 전문지는 “제재 해제 이후 이란이 경제재건에 나서며 중동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규모와 성격 모두 기존의 중동 국가와는 다른 시장이다. 규모 면에서는 인구도 8천만명 이상으로 거대한 시장이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전체 인구는 약 5,200만 명이다. 이란은 중앙아시아와 주변 중동 국가라는 거대한 배후시장도 가지고 있다. 질적으로도 다른 중동 국가와 차원이 다르다. 다각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세계 4위의 석유 그리고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구리, 철광석, 아연 등 부존자원이 풍 부한 나라다. 수자원도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풍부하다. 수력발전이 전체 발전의 2% 이상 차지한다. 농업이 발달해 식량 자급자족도 가능하다.


과거 우리의 대중동 협력은 크게 3가지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원유 수입, 상품 수출 그 리고 건설 및 플랜트 수주였다. 이란에서도 협력 가능한 분야다. 그러나 이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란은 향후 우리의 중동 내 다각 적인 경제협력 거점이 될 수 있는 국가다. 단순한 원유 수입이 아니라 석유 및 가스를 포함한 다양한 자원 개발 및 가공, 단순한 우리 상품 수출이 아니라 현지 공동생산 및 주변국 수출, 단순한 건설이 아니라 시설 공동운영을 고려해야 한다. 분야 면에서도 농업, 수산업, 물류, 제조업, 문화콘텐츠 제작, 방산 등 다각적인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제조업 기술협력이 핵심…프로젝트 파이낸싱도 강화해야

 

이란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1천여년 지속된 실크로드가 이란을 축으로 좌우로 형성돼 있다. 이란이 고대 및 중세 문명의 중심지가 된 것은 동서양의 문명과 문물이 교차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을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가 이미 7세기에 “페르시아인들은 우주에서도 지식을 배워 온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의 말은 현재 이란의 5만리얄(riyal) 화폐 뒷면에 새겨져 있다. 주변의 중동 국가들과는 달리 이미 수십년 전부터 자동차 조립 등 다양한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가 바로 이란이다.

 

이란은 앞으로 제조업 발전에 전력할 것이다. 인구가 적은 다른 중동의 산유국과 다르다. 오일머니로 8천만 인구의 국가경제와 복지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란의 현재 가장 심각한 정치ㆍ사회적 불안정성은 높은 실업률에 기인한다. 이란이 현재 가장 한국에 바라는 것은 제조업 분야 협력이다.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한국 기업의 이란 진출’을 강조했다.

 

이란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조립산업이 아니다. 기술협력을 통한 자국 내 제조업 발전이다. 이 분야에서 우리가 기여할 부분이 많다. 기술력을 가진 우리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합작 투자할 수 있는 곳이다. 자본에서부터 생산과 유통까지 공동의 노력과 협력이 거대한 이란과 배후시장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방적인 우리 제품 수출이 아닌 산업 분야에서의 동반자적 관계 구축이 향후 중동 의 거점으로서 이란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전략이다.

 

장기적인 경제제재와 저유가로 인해 이란의 재정이 녹록지 않다. 인프라 구축, 에너지 플랜트 건설, 산업화 등 제재 해제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한 다양한 대규모 사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이란 정부는 외부의 투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KDB산업은행, 한국투자공 사가 참여하는 ‘이란 건설플랜트 금융지원협의체’를 지난 3월 구성했다. 약 250억달러 규모의 금융패키지를 마련해 수주업체에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규모가 충분치 않다. 이란의 대형사업은 향후 최소 20년간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공공 부문의 금융지원과 더불어 민간이 참여하는 사업모델을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 이란 수주를 위해 정부-민간 기업-금융기관의 민관협력사업(PPP)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중동의 인프라 사업이 자체 재원이 아닌 개발사의 금융 주선 또는 정부와 민간이 사업비를 분담하는 PPP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따라서 공기업이 민간기업과 공동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고 이와 관련한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 금융권도 이를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등의 사업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건설업체도 단순한 시공이 아닌 이제는 개발사로서 기획, 금융, 조달, 시공 등 종합적인 진출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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