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보호를 완화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라고 권고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적용과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이가 완화돼 빈부격차도 줄어든다.
올해는 한국이 전 세계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이 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2년마다 회원국의 경제동향과 정책을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정책을 권고하는 OECD는 『OECD 한국경제보고서2016(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16)』도 이에 맞춰 최근 발간했다. OECD는 한국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추켜세우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 경제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빈부격차,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깨기 위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평등 심화시키는 노동시장 최대 문제…낡은 규제도 여전해
우선 OECD는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로 노동시장을 지목했다.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임금이 정규직의 60%에 불과한 비정규직으로 분화되고 있다.”며 “이는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규직은 높은 임금을 받으며 안정적 생활을 이어가지만 비정규직은 낮은 월급을 받아가며 계속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OECD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지적했다. 청년과 기업의 입맛이 달라 청년은 실업에 허덕이고 기업은 구인난에 빠져있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한국 청년(15~29세) 고용률은 40% 내외로 OECD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우리보다 청년고용률이 낮은 나라는 청년실업난이 심각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약 30%), 스페인(약 32%) 등 5개국뿐이었다. 반면 청년 구직포기자인 니트(NEET; 미고용 상태에서 교육이나 훈련 중이지도 않은 청년)족은 넘쳐난다. OECD는 “많은 대학 졸업자들이 자신의 업무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데 실패하면서 고용이 줄고 청년 구직포기자인 니트족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는 것을 포기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구인난에 허덕이면서 경제 내 비효율이 점증하고 있다.
또 고령근로자가 조기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이들이 임시직,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고령층 빈곤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OECD는 꼬집었다. 보고서는 “한국의 나이든 근로자들은 평균 53세에 직장에서 밀려나 질이 낮은 일자리와 자영업으로 이직한다.”며 “이는 높은 노인 빈곤율로 연결된다.”고 걱정했다. 한국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평균인 12.6%의 4배인 46.9%로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산업 측면에서 OECD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구조로 산업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 미만이다. 2014년 OECD 평균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90%에 이르지만 한국은 45%에 불과했다. OECD는 “한국이 수출 주도 발전전략을 펴느라 자본, 인력 등을 서비스업에서 뽑아 제조업에 투입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 “중소기업 정책이 소규모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생존율만 높이고 있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혁신의 싹을 자르는 규제도 여전하다. OECD는 “한국의 상품시장 규제가 회원국 중 4번째로 강력해 경쟁과 혁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13년 현재 OECD 상품시장규제(PMR) 지수를 보면 한국은 약 1.8로 터키(2.5), 이스라엘(2.2), 멕시코(1.9)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OECD는 한국의 재벌 위주 수출 중심 경제성장 정책도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재벌 주도의 전통적인 한국의 수출 기반 성장모델은 유효성이 악화됐다.”고 우려했다. 세계 교역량의 구조적 둔화,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수출이 크게 살아날 가능성이 적고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해 경상흑자만 커지고 내수는 위축되는 불균형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OECD가 제시한 해법은 무엇일까. OECD는 일단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보호를 완화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라고 권고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적용과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이가 완화돼 빈부격차도 줄어든다.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마이스터직업학교와 일?학습병행제를 확대하라는 조언이다. 구직자와 구인 기업의 눈높이 차이를 좁혀 미스매치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고령층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가속화하고 비숙련 고령 근로자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 이들의 취업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기초연금도 최저소득 수준의 노인층에 지원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장기적으로 공적 연금제도 적용 대상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OECD는 제안했다.
중소기업정책, ‘생존’보다 ‘생산성 제고’로 전환 필요
경제 내 생산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대기업 생산성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전체 경제 생산성도 빠르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정책방향을 ‘생존’에서 ‘생산성 제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 정책의 내실도 키워야 한다. 보고서는 “2014년 한국의 R&D 투자 중 해외재원 비율은 0.7%에 불과하고 기업 R&D 자금 중 대학으로 지원되는 금액도 1.3%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학과 공공기관의 연구 기능을 높이고 기업 부문,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을 갖고 있는 35세 이상 근로자들의 평생학습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OECD 보고서가 고언만 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한국은 지난 20년간 OECD 회원국으로서 성공스토리와 모범사례를 다른 회원국들과 공유하는 데 앞장섰다.”고 평가했다. 또 “재정수지가 흑자이고 정부의 순 채권자 지위가 유지되는 등 재정건전성도 양호하다.”며 “2014년 도입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서 규제 개혁과 R&D 투자, 벤처 생태계 조성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