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절상을 유도하는 환율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수출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OECD가 이러한 거시경제정책을 우리에게 권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확장적 경제정책과 원화 절상이 다른 회원국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회원국들의 이득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도록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지난 5월 16일에 OECD는 『OECD 한국경제보고서2016(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16)』를 통해 올해와 내년에 우리 경제가 각각 2.7%, 3.0%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치는 IMF(2.7%, 2.9%), KDI(2.6%, 2.7%), 한국은행(2.8%, 3.0%)의 전망치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성장률은 작년부터 내년까지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3.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것이며 생산갭도 잠재GDP의 ?2%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경기침체의 여파로 물가상승률은 중기 물가안정목표인 2%에 미치지 못할 것이며, 경상수지는 GDP의 7.6%에 달하는 흑자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등 세계경제의 여건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치는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위와 같은 거시경제 전망에 가장 큰 하방 리스크는 세계경제의 회복 지연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GDP의 10%에 달할 정도로 큰 우리에게는 위협적이다. 또한 올해 초부터 회복되기 시작한 국제유가 하락도 무시할 수 없는 하방 리스크다. 이밖에도 작년 2분기부터 9% 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는 민간소비를 억제함으로써 우리경제가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방 리스크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경제의 대외건전성이 강건해 외부충격을 잘 흡수하고 구조개혁도 효과적으로 잘 진행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방 리스크보다는 하방 리스크가 더 우려되는 시점이다.
낮은 생산성과 소득불평등 지적 정확해
OECD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지 않게 전망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큰 격차로 인해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며, 둘째는 노동시장의 공고한 이중구조로 인해 소득불평등이 심화돼 빈곤 문제가 발생하고 고용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대한 OECD의 진단은 정확하다. 사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가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OECD는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에 집중된 규제 개혁, R&D 투자활성화를 위한 혁신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인적 자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동력 미스매치 완화, 중소기업에서 벤처캐피털의 역할 강화, 노동시장에서 포용성 촉진을 위한 여성, 청년, 고령 노동력에 대한 정책을 제안했다. 총론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좀 더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이 필요하다.
OECD는 거시경제정책방향에 대해서도 뚜렷한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에 비해 재정지출 증가가 크게 줄어드는 현실에서 재정적 장애를 제거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통화정책은 기준금리의 인하, 환율정책은 변동환율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방향 즉, 원화의 절상 추세를 용인할 것을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자율과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금융당국이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거시정책에 대한 OECD의 권고는 미시정책 권고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뤄진다. OECD는 한 나라만을 위한 컨설팅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OECD의 미션은 “전 세계인의 경제적, 사회적 행복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 대한 파급효과가 미시경제정책보다 큰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권고는 항상 다른 회원국들의 입장을 고려한다. 따라서 우리도 이런 시각에서 OECD의 정책 권고들을 고찰해야 한다.
사실 거시경제정책만으로 잠재성장률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재정지출을 확장하고 기준금리를 낮추는 정책이 일시적으로 부양효과를 수반할지는 몰라도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바꾸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원화의 절상 추세를 용인하는 환율정책은 더욱 그렇다. 만일 추가적 재정지출이 비생산적인 분야에 집중된다면 재정건전성만 훼손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은 6월에 기준금리를 1.25%까지 인하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하반기에 예상되는 구조조정을 좀 더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되지만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에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 2014년 8월 이후에 시행한 기준금리 인하의 결과 때문이다. 원화 절상을 유도하는 환율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수출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OECD가 이러한 거시경제정책을 우리에게 권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확장적 경제정책과 원화 절상이 다른 회원국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회원국들의 이득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도록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안정운용이 우선…전방위적 구조개혁 불가피
우리가 진정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잠재성장률의 상승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효율성 제고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기술 발전에 필수적인 R&D 투자는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절대 규모로도 영국과 프랑스를 추월했다. 그런데도 투자로부터 얻는 성과는 많지 않아서 지난해 지적재산권 무역수지는 무려 4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제 투자규모보다는 투자로부터의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 아울러 높은 청년실업률과 저조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생산의 효율성을 회복하기란 요원하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원활하게 패러다임 시프트를 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서 OECD가 제안한 구조개혁방안은 귀를 기울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