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OECD 권고는 한국 경제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중구조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러한 원인을 제거해 이중구조의 부정적 결과를 해소해야 함에도 이러한 논의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뿐 아니라 지나친 고학력화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한 장시간근로 등 우리 노동시장에서 거론되는 대부분 현안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OECD는 지난 5월 「OECD 2016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최빈국에서 주요 산업국으로 전환한 35년간의 이례적 성장을 보인 한국의 OECD 가입 2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로 시작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년간 한국이 OECD 회원국으로서 회원국들과 성공신화와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데 앞장서 왔으며 최근 OECD의 주요 현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치하하고 있다. 또 세계 경제가 저성장, 낮은 물가상승률의 장기화에 직면해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사회통합, 환경, 지역정책 등 정책 영역에서 OECD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한국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정책’을 진작시키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저성장-저물가-저생산성 해결 위해 절실한 노동개혁
전반적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 및 전망에서는 지난 25년에 걸친 고속성장을 통해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으나 최근 고령화, 생산성 정체, 수출부진 등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전통적 성장모델에서 벗어나 혁신에 중점을 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새로운 성장전력으로 추진 중인데 이를 성공적으로 이행할 경우 생산성 향상과 고용 증대 등을 통해 2016년 2.7%, 2017년 3.0%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3저-저성장, 낮은 물가상승률, 낮은 생산성-와 불평등과 빈곤 상승 및 고용 저조로 요약하고 3저 현상의 타개책으로는 경기부양 및 혁신과 구조개혁을 권고하는 한편 포용적 성장과 사회통합을 진전시키는 노동개혁을 권고하고 있다.
주제별 논의를 하는 제1장에서는 제조업-서비스업,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파악하고, 혁신과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혁신체계의 업그레이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적자본개발, 혁신을 통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정책, 벤처자본 등 다양한 형태의 자본시장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여성?청년?고령층의 노동시장 제한적 참여가 사회통합 및 성장잠재력 확충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파악하고, 포용적 성장을 진전시키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완화와 더불어 사회안전망 강화, 여성 고용기회 확대, 청년층의 노동시장으로의 통합, 포용적 성장과 빈곤 퇴치를 위한 고령 근로자의 활용 등을 위한 정책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임금, 사회보장, 직업훈련 기회의 측면을 강조한 정규직-비정규직의 이중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유연성을 확대해 불황기 기업의 정규직 해고비용을 축소하며 인건비 격차를 줄여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유인을 축소하는 한편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일자리 보호에서 근로자 보호로 전환해야 하며,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및 교육훈련 확대 등을 통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정책권고로 제시하고 있다.
또 여성 고용 관련해서는 출산 육아휴직의 제한적 사용, 양질의 보육서비스 부족, 장시간 근로문화, 성별 간 임금격차 등이 여성 고용률 제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근로감독 강화, 휴직급여 인상 등을 통한 출산?육아휴직 사용 촉진 및 인증제 의무화와 경쟁 촉진을 통한 보육서비스의 질 제고를 권고하고 있다. 교육-기업수요 불일치로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청년 고용률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권고로는 마이스터고 및 일?학습병행제의 확대와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토대로 한 교육과정의 설계와 교육-취업 간 연계 강화를 제시했다. 고령층 노동력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노동비용을 높임으로써 초기퇴직을 유도하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지양하고 임금-생산성 간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의 가속화, 성과 직무 기반 임금체계 전환, 평생학습 투자 확대 등이 제시됐다.
이러한 OECD의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현황 파악 및 해법으로 제시하는 정책 권고는 국내 관련 연구자 및 정책담당자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노동시장의 틀을 새로 그리는 처방이 없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한국 경제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중구조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러한 원인을 제거해 이중구조의 부정적 결과를 해소해야 함에도 이러한 논의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뿐 아니라 지나친 고학력화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한 장시간근로 등 우리 노동시장에서 거론되는 대부분 현안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따라서 본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원인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춘 정책권고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시키는 데 한계가 존재하게 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원하청 불공정거래가 중소기업 인력난-청년실업 불러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본적 원인은 대기업 위주의 고도성장이 토대를 이룬 대-중소기업 간 원하청구조와 외환위기 이후의 저성장기조에 따른 불공정거래의 심화에 있다.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로 임금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하청사업체는 비정규근로자를 활용, 열악한 근로조건을 제공해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원청사업체의 근로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그들의 근로조건을 향상시켜 왔으며, 이로부터 발생하는 노동비용의 상승은 다시 하청사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 등으로 전가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러한 악순환으로 대기업 원청사업체의 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 하청사업체의 근로자 간 격차가 심화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될 뿐 아니라 업종별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게 된다. 원청사업체 근로자의 임금 대비 하청사업체 근로자의 임금은 50% 정도에 불과하며, 이러한 격차는 협력차수가 높아질수록 확대돼 3차 이상의 협력업체에서는 40% 미만의 낮은 수준이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는 청년층의 대기업 지향성을 높여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청년 실업의 병존이 지속되는 현상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 더 나은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청년층의 고학력화로 표현되는, 적정수준을 넘어선 과교육(overeducation) 상태가 지속됐지만 여전히 청년층 고용 문제는 사회적 현안으로 남아 있는 바 이 역시 원하청구조를 중심으로 한 이중구조의 해소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직적 분업체계를 골간으로 하는 원하청거래가 경제발전의 초기단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적 틀에서 긍정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경제가 고도화돼 가는 과정에서 20세기 말 직면했던 외환위기 이후 원하청관계는 부정적 특성만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고 세계화에 노출되면서 무한경쟁의 틀 속에서 자체생존을 위한 수요독점적 입장을 견지한 최종 수요기업은 생산물시장에서의 비대칭적 지위를 노동시장에까지 파급시켜 원하청 근로자 간 근로조건의 격차가 심화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향후 OECD 경제보고서가 원하청구조의 불공정성을 해소하고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때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완화되고 근본적인 현안들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며, 국내외 연구자 및 정책결정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