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이 유라시아 가치사슬체제 구축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략적 협업관계를 구축해 유라시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술과 노하우가 몽골의 자원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유망 분야로는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분야 외에도 광물자원 개발 및 가공, 교통 인프라 및 건설, 농축산업, 금융업, 관광업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과 몽골은 1990년 수교 이후 인종·문화·언어 및 정서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다방면에 걸쳐 협력관계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몽골은 한국을 전통적으로 ‘꿈의 나라’를 의미하는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로 불러왔으며 동북아 경제협력의 주요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몽골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3천여명, 한국에 체류 중인 몽골인은 자국 인구의 1%에 해당하는 3만명에 달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긴밀해졌고 몽골 내에서는 한류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몽 경제협력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가령 2015년 양국 간 교역액은 2억9,200만달러로 한국은 중국, 러시아, 일본에 이어 몽골의 4위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2015년 말 기준 한국의 대몽골 직접투자 누적액은 4억2,900만달러로 한국은 몽골의 7대 투자국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은 정치 또는 문화협력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협력은 2012년 최고조에 달한 이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를 배경으로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 계기로 양국 관계 질적 전환
한편 중국, 러시아 등 몽골의 전통적인 이웃국가뿐 아니라 일본도 최근 들어 몽골과 정상회담을 빈번히 추진하면서 몽골과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은 장기저리의 대규모 차관 제공국,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맺어진 끈끈한 네트워크 구축국 그리고 일본은 최대 ODA 지원국이란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몽·중·러 3국은 몽골을 경유하는 유라시아 경제회랑(중국정부가 일대일로 연선국가들과 중국을 철도, 도로, 송유관 등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2015년 몽골과 최초로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반해 한국은 몽골과 아직 포괄적 동반자관계이며 중국, 러시아, 일본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전략적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류나 정서적 유사성을 비롯해 현재 한국이 몽골에서 누리고 있는 프리미엄조차 점차 다른 나라에 양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지난 7월 중순 ASEM 정상회의 참석차 몽골을 공식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실질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양국 정상은 문화교류 확대에서부터 한반도 비핵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다뤘다. 특히 경제협력 확대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교역 및 투자확대 방안 제시는 물론이거니와 발전소·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정보기술 기반의 보건의료사업 등이 유망 협력 분야로 제시됐다. 경제협력 강화의 제도적 틀이 될 경제동반자협정을 위한 공동연구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합의 또한 이뤄졌다. 더욱이 대몽골 경제사절단 사상 최대 규모인 110명에 달하는 기업 및 기관의 주요 인사들이 동행했으니,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질적 전환을 위한 중요한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체계적인 협력체제와 제도적 기반 조성 시급
세계 10대 광물자원 부국으로 널리 알려진 몽골은 유라시아 교통운송망의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농·목축업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몽골은 장차 한국의 에너지자원 및 식량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의 실현을 위해서도 소중한 협력 대상국이다. 이처럼 몽골의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까닭에 몽골은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경제협력거점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따라서 한국과 몽골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협력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적극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과 몽골은 이제 무엇보다도 기존의 단순교역관계에서 벗어나 산업협력을 강화해야 하는바, 몽골이 추구하는 산업 다각화 및 현대화에 부응해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양국이 유라시아 가치사슬체제 구축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략적 협업관계를 구축해 유라시아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술과 노하우가 몽골의 자원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유망 분야로는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분야 외에도 광물자원 개발 및 가공, 교통 인프라 및 건설, 농축산업, 금융업, 관광업 등을 꼽을 수 있다.
향후 한국과 몽골이 전략적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협력체제와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첫째, 양국 간 정상회담의 정례화와 더불어 국회차원의 협력채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고위급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주요 협력목표를 설정해서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몽골 국회는 내치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으므로 ‘한·몽 의원친선협회’를 활성화해 협력확대의 채널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양국 정상이 합의한 대로 경제동반자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때 몽골의 통상전문가 교육 및 양성 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몽골의 산업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한국과 몽골의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선 자유로운 인적이동을 위한 사증면제(비자면제)협정을 조속히 체결해야 할 것이다. 넷째, 양국 간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1.5 트랙차원의 ‘한·몽 비즈니스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면 정부 간 경제협의체의 의제 발굴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양국 기업인들 간 정보 및 수요 파악, 네트워크 강화 등을 촉진해 경제협력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한국과 몽골 간의 전략적 경제협력의 확대 및 강화는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보호무역주의와 브렉시트로 대변되는 신고립주의 현상이 출현하는 속에서 유라시아의 공동번영을 위한 국제다자협력의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