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앞으로 위안화의 사용범위와 사용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이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을 늘리고,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하는 국가의 수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5년 안에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율(현재 1%)이 엔화ㆍ파운드화와 비슷한 5%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를 미국 달러화와 경쟁할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오랜 꿈이 마침내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10월 1일부터 위안화가 신흥국 통화 중에서는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에 정식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지배해 온 국제경제체제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어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과 주도권을 쥐려는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위상을 반영한 SDR 편입
IMF에 따르면 SDR에 포함된 위안화의 비율은 10.9%로, 미국 달러화(41.7%), 유로화(30.9%)에 이어 3번째다. 이미 SDR에 속한 엔화(8.4%), 파운드화(8.1%) 비율을 웃돌며 SDR 편입과 동시에 달러화ㆍ유로화와 함께 단숨에 세계 3대 기축통화로 부상하게 됐다. 이는 IMF가 위안화의 SDR 편입 심사를 시작한 지 5년, 지난해 11월 집행이사회에서 편입 결정을 내린 지 10개월 만이다. SDR 통화 구성에 변화가 생기게 된 건 1999년 유로화가 편입된 후 16년 만이다.
SDR은 IMF 회원국들이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외환위기 등에 처했을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다. 188개 IMF 회원국은 출자 비율에 따라 SDR을 배분받고 필요시 자국 몫만큼 달러화ㆍ유로화ㆍ엔화ㆍ파운드화 중 하나로 교환할 수 있는데, 이번 조치로 위안화로도 바꿀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지난달 기준 25억8천만달러의 SDR을 보유하고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안화가 신뢰할 수 있는 통화로 성장했음을 국제사회가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위안화의 편입으로 SDR은 국제경제에 대한 대표성을 더욱 갖게 됐다.”며 “위안화의 SDR 편입은 중국의 통화정책ㆍ외환시장ㆍ금융제도 개혁과 금융시장 자유화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안화의 SDR 편입에 대해 “중국과 국제금융시스템의 융합을 의미하는 중요한 이정표적인 사건”이라고 말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위안화의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면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도 위안화의 SDR 편입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위안화의 SDR 편입을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위상을 반영한 조치”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시작한 2009년 8.6%에서 지난해 15.0%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미국(24.8→24.5%)과 일본(8.7→5.6%)의 비중은 감소했다. 세계 수출총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8%(2015년 기준)로 단일 국가로서는 최대다. 미국(9.1%)과 일본(4.6%)의 수출비중을 합한 것보다 0.1%p 높다.
일대일로(一 帶 一 路) 사업과 맞물리면 위안화 경제권 확대 가능성 높아
시장에서는 앞으로 위안화의 사용범위와 사용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이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을 늘리고,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하는 국가의 도입수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5년 안에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율(현재 1%)이 엔화ㆍ파운드화와 비슷한 5%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주도로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맞물리면서 위안화를 사용하는 경제권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일대일로 사업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밝힌 대규모 경제협력구상으로, 44억 인구의 60여개국을 연결해 육ㆍ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으로 국제금융 중심지가 중화권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 위안화가 달러화와 견줄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크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위안화가 국제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올해 8월 기준, 1.86%)은 달러화(41.30%)에 턱없이 못 미친다. 파운드화(7.53%)ㆍ엔화(3.37%)보다도 낮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의 국제화 시기(1980~1985년) 당시 엔화의 평균 무역결제 비중(19.6%)은 2009~2013년 위안화의 무역결제 비중(5.8%)보다 3배 이상 높았다.”며 “수출입 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DR 편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고, 환율을 관리한다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중국의 자본개방도(GDP 대비 대외자산ㆍ부채 비율)는 68%로 다른 기축통화국인 미국(294%)ㆍ일본(282%)과 크게 차이 난다.
위안화의 부상은 한국경제에도 양날의 칼과 같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가 늘어나면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국내 기업의 무역결제 비용도 감소하게 된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달러로 결제하면 위안화를 달러로 바꾸고 달러를 원화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등이 발생했는데, 원-위안 결제가 확대되면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중국경제 의존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국내 전체 무역비중에서 23.5%를 차지했다. 또한 중국경제의 불안정성으로 위안화가 요동칠 경우 한국경제 역시 휘청거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인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살리되, 중국발 위험 전이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