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먼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앞으로 아시아지역의 통화질서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피터슨연구소와 홍콩상하이은행은 위안화 환율이 아시아 통화의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엔화에 비해 크고 때로는 달러화보다 크게 나타나 위안화가 참조통화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잠재력 측면에서 엔화와 비교해볼 때, 자본시장 개방은 위안화가 크게 열세이나 그 외에 경제 및 무역 규모와 주변국 여건은 크게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0월 위안화가 IMF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됐고 비중도 10.9%로 달러(41.7%), 유로(30.9%)에 이어 3위로 부상하면서 위안화와 중국경제의 위상이 표면화됐다. 시장에서는 향후 중국의 금융개혁과 대외 개방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최근의 중국경제는 대내외 수요 위축으로 경기부진과 자본이탈 압력이 지속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여기서는 위안화의 SDR 편입이 중국과 글로벌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위안화 국제화의 제약 및 불안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외국인 자본시장 투자제도 폐지 또는 크게 완화될 것
시장의 기대와 달리 최근 중국 금융시장의 개혁과 대외개방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아 당분간 중국 정부가 환율 자유화 등 급격한 금융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증시 및 환율불안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강화됐고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은 주춤해졌다.
올해 들어 외환보유고 감소폭이 지난해보다 축소된 반면 은행 간 외화콜금리는 상승했는데 이는 인민은행이 시중 외환공급을 축소하는 등 당국의 개입 영향이 상당하다. 참고로 지난해 8월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된 이후 외국인의 중국 주식과 채권 투자가 크게 위축된 이후 올 하반기에도 투자잔액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금리인상이 연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도 자본유출과 위안화 절하 압력이 커지면서 금융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대외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대내적으로도 공급개혁과 반부패정책 등이 가세해 경기하방 압력이 큰 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당분간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하방 압력완화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경제 및 금융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주요 기축통화로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개방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IMF의 장타오 부총재가 평가한 바와 같이 위안화의 SDR 편입은 중국과 글로벌경제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최대 취약점인 투자처(운용처)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자국 자본시장의 개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적격외국인국내투자자(RQFII; 투자가 제한된 중국금융시장에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주는 자격) 등 허가를 통한 외국인의 자본시장 투자 제도가 폐지 또는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등 안정성이 높은 대상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다른 한편으로 환율의 대외충격 완충 역할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개혁은 다시 금리 등 국내 금융개혁과 연결되면서 금융재원의 효율배분에도 기여하며 경제체질이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위안화의 무역결제 규모 2013년 이미 엔화 추월
보다 먼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앞으로 아시아지역의 통화질서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피터슨연구소와 홍콩상하이은행은 위안화 환율이 아시아 통화의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엔화에 비해 크고 때로는 달러화보다 크게 나타나 위안화가 참조통화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잠재력 측면에서 엔화와 비교해볼 때 자본시장 개방은 위안화가 크게 열세이나 그 외에 경제 및 무역 규모와 주변국 여건은 크게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IMF의 일본계 경제학자인 시로노 카즈코는 「위안화 진영 아니면 엔화진영」이라는 보고서에서 엔화가 위안화를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주된 이유로 일본경제가 오랫동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데다 무역 분야에서 동아시아 신흥국의 대일본 의존도가 감소하고 있지만 중국의 영역은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위안화의 무역결제 규모는 2013년 이미 엔화를 추월한 데 이어 2015년에는 그 격차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중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고 일대일로 등 인접 국가와의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위안화의 대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아시아와 신흥국을 중심으로 준비통화로서의 활용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달러화를 제외한 주요 통화(유로, 파운드, 엔화)가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SDR 비중 58.1%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3~4년 내에 위안화의 SDR 비중 10.92%의 절반(5.5%)인 약 6,300억달러 규모의 위안화가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 편입될 수 있다. 이 중 이미 편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1,200억달러를 제외할 경우 추가 편입 규모는 약 5천억달러로 분석할 수 있다. 5~6년 후에는 그 규모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추정하는 1조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종합해 보면 아직 위안화의 달러화 대체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지역통화로서의 입지는 크게 강화되고, 일부 주변국을 중심으로는 위안화 블록 형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글로벌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고 미국 · 일본 등 기존 주요국의 견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금융개혁이 정교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실질금리의 상승과 기업도산 등 금융과 경제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은 국제 금융시장의 주된 불안요인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는 위안화 국제화 진전이 수반할 수 있는 위안화 채권 발행 등 기회요인을 활용하는 한편, 중국의 금융개혁과 국제 금융시장의 반응도 면밀히 주시하면서 국내 금융안정 노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