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플랫폼이 더욱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플랫폼이 가진 ‘기반’과 ‘매개’라는 본질적인 역할 때문이다. 플랫폼은 자신을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개발환경을 제공하고 사용자들을 매개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기반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기반형 플랫폼’과 매개라는 역할에 충실한 ‘매개형 플랫폼’으로 그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으나, 최근의 시장 선도 플랫폼들은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형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다.
기반형 플랫폼의 대표적 사례인 운영체제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앱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정도였지만 최근 윈도우10, 안드로이드7.0(누가), iOS11 등은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을 매개하는 역할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안드로이드7.0부터 가상현실 플랫폼 데이드림(Daydream)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외부 개발자들이 다양한 가상현실 앱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개발환경을 제공하며, 앞으로 데이드림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e커머스, 광고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애플은 올가을 iOS11의 출시를 앞두고 증강현실 플랫폼 AR키트(ARKit)를 공개했다. 앞으로 이를 자사의 서비스들에 긴밀히 통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나갈 예정이다.
이렇듯 운영체제로 대표되는 기반형 플랫폼이 매개형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해 복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추세라면 페이스북, 카카오톡, 라인(네이버) 등 소셜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매개형 플랫폼들은 기반형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복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메신저 사업의 미래는 메신저에 기반한 다양한 앱의 확보 및 생태계 구축과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 시장은 기본적으로 독과점 시장이다. 개발자이건 사용자이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플랫폼에 나도 참여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참여 플랫폼을 결정한다. 그래서 일단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 압도적인 1위 업체가 되면, 후발주자들이 보다 뛰어난 기능과 여러 장점을 갖추고 도전을 하더라도 웬만해선 시장 지위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플랫폼 사업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우리의 과제는 “어떻게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방법을 찾고 그것을 구현할 3가지 요소(전략, 실행력, 자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면 해당 분야에서 최소한 국내 1위, 나아가서는 아시아 또는 글로벌 수위의 업체가 돼야 하고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그렇게 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 치밀한 플랫폼 전략,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실행력, 머니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자본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복합형 플랫폼은 다양한 앱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확립이 필수적이므로, 결국 플랫폼의 성공이란 생태계 구축의 성공을 의미한다. 즉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에 상관없이 협업이 가능한 산업환경과 문화의 조성이 필수다. 이는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이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인프라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로봇, 드론,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등 거의 모든 차세대 시장에서 1위 플랫폼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1위 업체가 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승자독식’ 상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런 플랫폼 기업을 많이 가진 국가가 강대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