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에는 미국의 경제정책 우선순위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바뀐다. 출범 이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주력해온 대규모 세제 개편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핵심은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1%로 대폭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세제 개편의 이론적 근거는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공급 중시 경제학’이다. 당시 2차 오일쇼크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중에도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라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자 대규모 감세를 통해 경제주체의 효율을 높여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이전부터 너무 높아 경제효율을 떨어뜨리는 세 부담을 낮춰야 경기가 살아나고 재정수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세제 개편 내용 가운데 법인세 인하에 주력한 것은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과 자본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효과’ 때문이다. 특히 구글, 애플, 아마존 등과 같은 다국적 IT 기업들이 국가 간 법인세율 차이를 악용해 세금을 회피해온 관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앞으로 미국의 법인세가 21%로 낮춰질 경우 재정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 개편에 따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에 트럼프 정부가 낙관하는 이유다.
미국 기업과 증시에도 도움이 된다. 법인세 인하로 미국으로 환류되는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보강해 더 강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 인하에 따른 달러 리쇼어링 효과를 3조달러 내외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 외의 국가는 비상이 걸렸다. 법인세를 내리지 않을 경우 자국 내로 들어왔던 미국 기업과 달러를 한꺼번에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이 법인세를 추가로 내리고 있으며 중국도 조만간 내릴 계획이다. 한국만이 법인세를 25%로 올리는 유일한 국가다.
세제 개편과 함께 2018년 2월부터 제롬 파월 시대를 맞이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도 주목된다. 가장 큰 변화는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전 의장과 옐런 의장이 경제지표에 따라 그때그때 변경해왔던 ‘재량적 방식’보다는 ‘준칙에 의한 방식’이 더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도드-프랭크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자기자본(prompt trading)과 파생상품 규제가 완화되고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에 치우쳐진 금융감독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 추진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비둘기파 성향인 제롬 파월을 제외한 새로 임명된 Fed 이사가 출구전략 추진에 전향적이기 때문이다. 향후 3년간 매년 3차례씩 중립금리를 3%로 가져가는 ‘3·3·3 금리인상 로드맵’은 그대로 가져가되 보유자산 매각은 분기별 한도를 증액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