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국민들의 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들면서다. 일주일 기준 최대 68시간이었던 근로시간은 오는 7월부터 52시간으로 단축된다. 지난 2월 28일 근로시간 단축법안(「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가능해졌다.
지난 2000년 DJ(김대중) 정부 당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게 시발점이었다.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에 대해서도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이행은 요원했다.
참여정부 들어선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제한하고 노사가 합의하면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에서 인정되는 일주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였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 8시간씩 총 16시간 근로가 허용됐다. 주 68시간 근로 관행은 여기서 나왔다.
2008년 경기 성남 환경미화원들이 소송을 내며 개혁 논의에 불을 당겼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 68시간은 위법이며 휴일 수당은 200%를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이들이 1, 2심 모두 승소했다. 이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12년 1월이다. 당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불을 지폈다. 그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 개정에 나섰다.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고 근로시간 특례업종 수를 줄이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라는 블랙홀이 이를 막았다.
2013년 정치권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국정과제로 선정됐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개정안을 냈다.
2013년 6월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연장근로 한도에 휴일근로를 포함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재계와 중소기업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처리가 불발됐다. 국회는 2014년 2월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동계와 재계 의견수렴에 나섰다. 같은 해 10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장근로 한도를 1년간 주 20시간까지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2015년 9월엔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가 타협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동유연성 강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2016년에도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나 성과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속도가 붙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해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5차례 이상 논의했다.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들이 규모별 단계 적용, 특별연장근로 불허, 중복할증 불인정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을 내놨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근로시간 단축 협상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여당도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정공휴일 유급화와 주휴일 근로금지 등의 대안을 받았다. 새로운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결국 지난 2월 27일 새벽 최종 합의에 도달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당 68→52시간으로 줄이는 데 2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