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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함께 생산성 향상 방안 모색해야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2018년 04월호



수년간의 논란 끝에 지난 228일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규 근로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주당 40시간이지만, 초과 근로시간을 평일 12시간에 주말 16시간까지 허용해왔는데, 이제 휴일근무를 포함해 일주일에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된 것이다.

이번 근로시간 관련 법률 개정 내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노사가 합의하면 근로시간 한도와 무관하게 장시간노동이 허용되던 26개 특례업종을 운송업 등 5개 업종으로 대폭 축소했다. 또한 공무원과 공공기관에만 허용되던 공휴일 유급휴일제가 2020년부터 민간으로도 확대된다. 이 같은 법 개정으로 그동안 OECD 국가 중 장시간노동에서 1, 2위를 다투던 우리나라도 이제 획기적인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장시간노동이 만성화되면 정상적인 노동력의 재생산이나 건전한 가정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잔업과 주말특근수당에 기반해 가계를 꾸리기 시작하면 장시간노동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며 특히 남성외벌이 가정에서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하기 쉽다. 이제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 장시간노동은 과거 개발연대의 자원투입형 추격(catch-up) 모델과 정합성을 갖는 관행이다. 선진국 모델과 기술을 모방하고, 따라서 오직 낮은 비용으로 승부하던 시절에는 장시간노동을 통해 선진업체들을 따라잡는 과정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추격형 경제성장 시대는 끝났다. 1인당 GDP 4만달러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창의력에 기반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제 여유와 휴식으로부터 나오는 창의와 열정은 엔지니어뿐 아니라 현장에서 숙련과 암묵적 지식을 보유한 대부분의 근로자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됐다.

나아가 근로시간 단축은 전 사회적인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를 가능하게 한다.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휴일이 늘어나게 되면 같은 업무량을 처리하기 위해서 더 많은 근로자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로봇의 도입과 같은 자동화 투자를 늘리는 것도 한 가지 선택지가 되겠지만 서비스업 등에서는 자동화에 한계가 있으며, 제조업이라고 하더라도 경쟁력이 강화되면 결국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정규 근로시간을 주당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그리고 40시간으로 줄여온 우리나라의 30여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근로시간 단축은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훨씬 컸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이번 근로기준법개정은 휴일 여가생활의 확대를 통한 내수기반 확충과 소득주도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는 역시 고용과 소득에 다소의 충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법안은 중소기업의 도입 시기에 2~4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생산성 향상 방안을 노사가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 향상이 없다면 근로자들은 잔업과 특근수당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물량이 줄어들거나 영업시간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 같은 생산량을 더 짧은 시간 내에 생산하고, 그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근로자들과 나누는 방안 이외에 해법은 없을 것이다. 노사의 협력과 지혜가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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