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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재활용 호텔, DIY 리모델링 아파트…‘도시재생’ 실험 선진국 네덜란드
김기환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2018년 05월호



최근 도시재생 선진국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네덜란드는 중세 대항해시대부터 발달한 도시의 역사 때문에 최근 들어 낡은 주거환경 개선이 한창인 곳이다. 프레드 스쿨 네덜란드건축가협회 이사는 한국의 재건축이나 뉴타운재개발이 전면 철거를 전제로 한다면 네덜란드의 도시재생은 지역 실정에 맞춘 리모델링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 대표 사례가 암스테르담 아이강 북쪽 항구 NDSM이다. NDSM은 버려진 조선소 크레인을 개조한 고급 호텔, 물류 창고를 개조한 문화예술 거리, 폐선(廢船)을 모아 카페와 작업장으로 꾸민 공간이었다.

NDSM1980년대 조선업이 쇠락하면서 20여년간 버려진 땅이었다. 이 땅이 살아난 건 10여년 전부터 건축가와 예술가, 지역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뛰어들면서다. 이들이 모여 협회를 꾸렸고 정부 지원을 이끌어냈다. 재생에 필요한 자금은 3천만유로(390억원). 전체 자금의 3분의 2가량은 재생에 참여한 500여명이 낸 금액으로 충당했다. 나머지는 정부 기금으로 마련했다. NDSM이 지역 명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임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도시재생 전문가인 건축가 폴 블록은 버려진 항구를 지역 명물로 재생시킬 수 있었던 건 사용자가 주도해 완성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병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요소는 역사와 이야기, 철학 등 도시가 가진 무형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스테르담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클라이부르그 아파트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통해 부활한 사례다. 1973년 준공한 뒤 지난해 초 리모델링을 마쳤다. 이곳 역시 전성기엔 10만명이 살던 대단지 아파트였다. 하지만 비행기 추락 사고를 겪고 건물이 낙후하면서 단지의 75%가 철거됐다. 이곳도 7천만유로(920억원)를 들여 철거재건축할 상황에 몰렸다. 그러자 건축사무소들이 무상 인수해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었다. 건축사무소는 우울한 이미지의 1층 창고부터 2층으로 올렸다. 모서리에 튀어나와 있던 엘리베이터는 안으로 들이고 유리벽으로 감쌌다. 필로티는 높게 띄워 개방감을 줬다. 입주자들에겐 1년의 시간을 주고 실내를 직접 제작수리장식하는 ‘DIY’ 식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했다. 비용은 300만유로(40억원)로 확 줄었다. 강남 아파트 재건축이 한창인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클라이부르그 리모델링에 참여한 건축가 잔더 빈센트는 뜯어 엎는 재건축만 대안은 아니다. 입주자의 개성을 살린 리모델링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 수도로테르담 곳곳에선 다양한 건축 실험이 한창이었다. 고층 아파트에 실내형 전통시장을 결합한 주상복합 건축물 마켓홀이 대표적이다. 이 건물은 멀리서 보면 말발굽 모양이다. 말발굽 가운데 빈 곳을 비워두고 시장으로 쓴다. 독특한 디자인은 침체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로테르담시가 건축 공모전을 연 결과물이다.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한국에 네덜란드 사례를 100%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한국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건축가와 시민이 많은 만큼 풀뿌리 건축 실험에 정부가 마중물을 더하는 식이라면 도시재생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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