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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화 연초 대비 50% 이상 급락···외국인 투자자 이탈
황인혁 매일경제신문 증권부 차장 2018년 07월호



통화가치 6개월 새 반토막, 정책금리는 40%. 이런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아르헨티나 얘기다. 신흥국 경제불안의 진원지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 7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00억달러 규모의 3년짜리 대기성 차관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급락하는 페소화 가치를 막아내진 못했다.
6월 16일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28.20페소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자고 나면 통화가치가 증발하니 페소를 손에 쥐고 있을 이유가 없게 된다. 페소화 가치급락으로 패닉에 빠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고 인플레이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국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수입품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아르헨티나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24.8%였고 3월에는 25.4%에 달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치솟는 물가를 붙잡기 위해 불과 열흘 만에 정책금리를 세 차례 인상했고 27.25%였던 금리를 40%까지 끌어올렸지만 소용없었다. 경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막히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IMF라는 외세에 또다시 의존했는데도 통화급락은 진정되지 않았다. 급기야 페데리코 스터제네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페소화 폭락에 책임을 지고 6월 14일 사임했고 루이스 카푸토 재무장관이 신임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부채에 의존한 ‘페론주의’ 포퓰리즘에서 찾고 있다. 부채의 발단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이 2015년 정권을 잡기 전까지 지난 12년간 이어진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에서 비롯됐다. 페론주의는 1940년대 중반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과 1970년대 그의 부인 이사벨리타 페론이 내세웠던 포퓰리즘 정치로 식량, 주택, 교육 등에서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중영합정책이다. 2003년 페르난데스 부부가 차례로 대통령이 되면서 포퓰리즘이 되살아나자 아르헨티나경제는 취약성을 노출했다. 페르난데스 정부는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 아래 공공 지출을 무리하게 늘렸고 서민을 앞세워 에너지·교통요금을 동결했다.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6.1%까지 늘어났다. 정부는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부족한 돈을 메우려 했지만 이는 정부 부채를 한층 키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5년 당선된 마크리 대통령은 공공 지출을 억제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주력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외채를 늘려가며 재정을 운영한 점이 문제가 됐다. IMF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대외 부채는 2015년 1,789억달러에서 올해 2,029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최근 통화긴축 속도를 한층 높이기로 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행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등 적잖은 신흥국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치를 당초 3회에서 4회로 상향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를 3회 인상으로 유지했다. 이렇게 되면 미 기준금리는 내년 말 3.125%까지 올라간다. 여기다 유럽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연내 종료하겠다고 밝히면서 통화긴축의 시동을 걸 태세를 취하고 있어 오랫동안 지속된 글로벌 유동성 국면이 막을 내릴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신흥국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이 세계경제를 흔들지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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