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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차별 없는 ‘무장애 여행’ 천국을 꿈꾼다
이보교 사회적기업 두리함께 이사 2018년 08월호




요즘 우리는 여행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여행이 꿈에나 그리는 허망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60여만명이고, 그중 91%가 후천적 장애인이다. 이런 장애인들의 여행을 가능케 하는 것이 무장애 여행 서비스다.
무장애 여행이란 베리어프리 관광(barrier-free tourism), 접근 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 유니버셜 디자인관광(universal design tourism) 등이 혼재된 개념으로, 신체적 제약 때문에 관광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관광약자를 대상으로 한 여행을 말한다. 즉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의 다양한 관광약자가 무장애 여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장애 여행에서 장애인이 기준이 되는 이유는 장애인이 편하면 누구에게나 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무장애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두리함께’는 장애인을 위한 여행사가 없다는 사회적 문제점에 주목하고 2014년 국내 최초로 창업했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니 장애인 전문 여행사가 없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이들의 여행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었다. 소비의 주체임에도 이들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과 배제된 환경 탓에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는 식당도, 이용할 수 있는 차량도, 잠을 잘 수 있는 호텔도 없었다.
아마 비장애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 바퀴만 둘러보면 식당이고 전화만 하면 호텔을 예약할 수 있고 나가면 바로 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장구(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모든 게 높은 산이다. 계단이 하나만 있어도 도움 없이는 갈 수 없다. 화장실도 가기 어렵다. 화장실 문 입구가 최소 74cm 이상은 돼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데 대부분은 63cm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리함께를 시작할 당시 늘 줄자를 들고 다니며 식당, 숙소 등으로의 접근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했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이었다. 분명 비행기에 자리가 남아 있는데도 예약이 다 찼다고 장애인들을 받아주지 않던 항공사, 손님 없는 시간에나 예약이 가능한 식당 등 무장애 여행을 개척하는 것은 그런 편견에 꾸준히 균열을 내는 일이었다.
두리하나는 휠체어를 싣고 내리는 리프트를 장착한 버스, 장애인용 승용차 등을 구비해 좀 더 편한 이동을 돕고, 현장답사를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여행코스를 제공하며, 장애유형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마련하려 노력해왔다. 그 사이 관광환경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주체적인 장애인 여행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관광약자를 수혜의 대상이 아닌 소비자로 바라보게 된 관광사업자들이 스스로 시설을 개선하기도 했다. 내년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따로 짓겠다고 말한 식당도 있었다.
얼마 전 두리함께에 한 통의 문자가 왔다. “5월 27일에 여행했던 OOO 씨 안사람입니다. 6월 27일 갑작스런 고열로 먼 길을 떠났답니다. 아마도 자신의 몸이 안 좋다는 것을 느끼고 여행을 가고 싶어 했나 봐요. 덕분에 그 뜻을 이룰 수 있어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장애인들이 제주도를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여행은 세상을 넘기는 책장이며 치유다. 이러한 여행이 차별 없이 편견 없이 이뤄질 수 있는, 모두가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오늘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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