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와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기반으로 한 한반도 신경제정책과 이를 북과 남으로 확장·연대하는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설명했다. 인도, 아세안과의 협력을 기존 4강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에 인도, 싱가포르 정상들은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특히 인도 모디 총리는 정상방문 동안 예정에 없었던 지하철 동승,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 참석 등 문 대통령과 총 11차례 만났다.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동포간담회에 인도 민속무용단을 보내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가 대인도 신남방호의 돛을 활짝 펼칠 때다.
우선 기존 협력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필요하다. 최소 연 1회 단독 정상회담을 꼭 실현해야 한다. 2015년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정례화에 노력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16년은 물론 2017년에도 정상회담은 개최되지 않았다. 2019년 상반기 인도의 총선 때문인 것으로 유추되지만 문 대통령은 2020년 모디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4강처럼 정례적으로 만나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shuttle diplomacy) 체제를 인도와도 구축해야 한다.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인도와 셔틀외교를 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에 제도화돼 있는 한·인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선해야 한다. 품목 수 기준 인도의 대한국 양허율은 85.3%에 불과하고, 그 때문인지 2017년 대인도 수출 활용률도 67.5%에 그쳤다. 2010년 발효됐음에도 양국 교역은 2011년 이후 205억달러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번에도 조속한 개선협상을 주문했다. 이왕 늦었다면 양허 수준이라도 대폭 높여야 한다. 2017년에만 100억달러를 넘어선 대인도 무역수지 흑자를 감안한 한·인도 CEPA 협력기금을 우리가 조성해 협상 분위기를 보다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 서둘러야 할 것은 100억달러 금융패키지의 활용이다. 2015년 양국 정상회담에서 인도 측이 우리의 유상원조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수용하면서, 100억달러 규모의 금융패키지(EDCF 10억달러+수출금융 90억달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상 사업조차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매년 원조자금으로만 15억달러 이상을 인도에 지원하는 일본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떠올려 보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델리-뭄바이 1,500㎞ 화물 고속철도, 뭄바이-아메드바드 500㎞ 고속철도와 같은 대(大)경협사업 대신 우리 규모와 능력에 맞는 중(中)경협사업을 적극 발굴·추진해야 한다. 100억달러 금융패키지 활용과 연계해 인도의 스마트시티 사업 참여를 보다 적극 검토해보면 좋겠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다양한 신도시 개발경험을 짧은 기간에 축적한 나라도 없다. 모디 총리가 주총리 시절 우리나라를 두 차례 방문할 때 빠지고 않고 들른 곳이 동탄과 인천 송도 신도시다. 인도 정부는 스마트시티 개발이 예정대로 추진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팀코리아(Team Korea)를 구성해 한국형 제조업 중심 스마트시티 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