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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국내엔 600여개, 지금은 태동기
이우상 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부 기자 2018년 11월호



명품이든지, 아니면 값이 싸든지.
국내에서 물건을 고르는 기준은 보통 이 둘 중 하나였다. 그런데 2015년 1월 한국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공항에 나타난 연예인 배수지 씨가 손에 든 휴대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휴대폰을 감싼 꽃무늬 휴대폰 케이스 때문에. 슈피겐이나 디자인스킨처럼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소셜벤처 마리몬드가 만든 제품이었다. 이 회사는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배 씨는 휴대폰 케이스를 구매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도운 셈이 됐다. 사람들도 마리몬드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값비싼 명품을 사지 않고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셈이었다. 사람들의 소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고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마리몬드 같은 회사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벤처기업, 즉 소셜벤처라 부르는 까닭이다.
마리몬드 같은 성공사례도 있는 반면 국내 소셜벤처 생태계는 아직 태동기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셜벤처 수는 약 600개. 중소기업연구원은 소셜벤처 생태계가 커지기 위한 마중물인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임팩트투자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539억원으로 세계 임팩트투자 규모 대비 0.35%였다. 선진국인 영국의 시장 규모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임팩트투자란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것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충격)’을 주기 위한 투자라는 뜻이다.
태동기에만 머물러 있는 소셜벤처를 키우기 위해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소셜벤처가 사회적기업보다 지속 가능성이 우수하면서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원에 앞서 소셜벤처의 정의부터 명확히 하기로 했다. 정부는 엄격하고 획일적인 기준을 세우는 대신 사회성과 혁신성을 각각 일정 수준 갖추면 소셜벤처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같은 소셜벤처라 해도 그 특성이 모두 제각각이라서다. 소셜벤처는 사익을 추구하는 일반기업도 아니고, 후원금이나 정부 보조금 없이는 기업 활동을 유지하기 힘든 사회적기업도 아니다. 일반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성격을 모두 띠기도 하고 그 중간에 있기도 하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취약계층을 고용하고(사회적기업), 연구개발조직(혁신성)을 갖추면 소셜벤처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2000년에 일어난 ‘벤처붐’처럼 소셜벤처를 키우기 위한 마중물 준비에도 나섰다. 1,200억원 규모의 임팩트투자펀드를 조성해 소셜벤처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태동기 이후 성장기 또는 사춘기에 접어들 소셜벤처 생태계를 위한 준비 또한 늦지 말아야 한다. 천연원료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제너럴바이오는 주관사를 선정한 뒤 기업공개(IPO)를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소셜벤처가 하나둘씩 꾸준히 등장할 것이다. 임팩트투자의 회수를 위해서도 소셜벤처의 코스닥 상장은 장려돼야 한다. 투자가 기부가 아닌 회수 가능한 ‘남는 투자’가 돼야 소셜벤처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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