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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도 좋아하시겠죠? “한글학습 부진, 기술로 해결합니다”
홍창기 H2K 대표 2018년 11월호



고백한다. ‘한글은 과학적인 글자’, ‘요즘 한글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이렇게 단순한 생각을 갖고 그를 만났음을. 홍창기 H2K 대표를 인터뷰하고 나서야 ‘한글습득’이라는 기본적인 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출발선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미처 깨닫지 못한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사업적으로 해결하려는 소셜벤처가 왜 필요한지도 깨닫게 됐다.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 출신인 홍 대표가 학교 친구와 의기투합해 창업한 H2K는 지난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소리 중심 한글교육 앱 ‘소중한글’을 론칭했다. 지금은 앱 하나에 불과하지만 ‘Happiness to Kids’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소셜벤처다.


‘한글 읽기학습 부진’이라는 사회 문제를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친척 중에 발달이 더딘 동생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 언어치료사로 일하는 지인에게 들어보니 문제가 심각하더라. 발달장애아이거나 그 경계에 있는 아이들이 치료실에 다니면서 주당 2시간 언어치료를 받는 데 10만원을 부담한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도 필요한데 전문성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보니 치료기간이 길어져 시간적·금전적으로 손해가 많다. ‘여기에 기술이 필요하겠다!’ 하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이 쓰일 수 있는 곳, 기술과 시장의 욕구가 잘 맞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뛰어들게 됐다.
한글 학습부진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글을 잘 모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20% 정도라고 한다. 거기에는 지적장애아 등 발달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문화 가정, 취약계층 등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공교육 자체가 1 대 다수의 교육이다 보니 한글을 알고 들어온 80%를 기준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공교육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취약계층 아이들은 출발점에서부터 뒤처져 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한글 학습부진이 학업부진으로 이어지는 거다.
앱으로 교육하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마다 아는 글자와 모르는 글자가 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걸 진단해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맞춤형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형태의 콘텐츠로 한글을 교육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현재 인공지능이 잘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전문가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는 경력이나 주관에 따라 진단이 다르고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 내용도 다른 데다 일주일에 2시간 정도밖에 함께하지 못한다. 하지만 앱은 언제 어디서나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습 효과는 훨씬 더 극대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간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 등을 연구했고, 공동창업자는 로봇이 사람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게 행동하게끔 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런 기술들이 앱에 들어간다.
교육 쪽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겠다.
대전과 세종 일대의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 언어치료센터의 언어치료사 23명으로 구성된 교육전문가 포커스 그룹이 있다. 이 분들이 앱에 탑재된 모든 게임의 기획부터 구현 단계까지 다 참여한다. 어떤 게임이 하나 나오면 각 단계에서 3번 정도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해 교육효과를 검증하고 출시한다.
‘파닉스(phonics)’ 교육법을 채택했는데.
‘파닉스’는 글자의 소리를 반복학습을 통해 습득하는 방식으로, 한글교육의 경우 아직 국내에선 활발하지 않지만 영어는 파닉스가 대세라 관련 영어교육 앱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500개가 넘는다. 특히 학습부진 아동에게는 파닉스가 다른 교육법에 비해 세 배 이상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다만 소리 반복학습의 특성상 흥미 유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 형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앱 이용이 무료더라.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나.
현재 론칭한 버전에선 학습 데이터 수집을 위해 교육 콘텐츠만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사실 그 앞에 ‘진단’과 ‘맞춤형 커리큘럼 제시’라는 단계가 더 있다. 우선은 ‘진단’ 부문에서 수익을 내보려 한다. 현재 책으로 돼 있는 진단도구가 30부 분량으로 30만원에 팔리고 있는데, 진단도구는 언어치료사, 특수교사 모두 쓰는 거라 진단도구 시장만도 작지 않다. 그런데 도구의 특성상 1 대 1로 진행해야 하고 사용을 위한 교육을 또 받아야 한다. 게다가 실제로 병원에 가서 장애 진단을 받기까지 심리적 장벽도 크다. 이런 기존의 장벽들을 고려할 때 집에서 온라인으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해볼 수 있는 진단키트가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진단의 허들을 낮춤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처럼 교육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할 것이다. 돈은 지불 가능한 고객들에게 받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싶진 않다.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소풍(sopoong)’ 4기 출신이다.
사업 전반에서 소풍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우리는 딱 아이템만 가지고 선정됐던 터라 배치(batch) 기간 동안 첫 시제품도 만들고 시제품 검증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실 처음엔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를 방향으로 잡았는데 소풍 측에서 B2G는 지불은 가능하겠지만 절실함이 떨어질 것이라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쪽으로 전환해 실제 장애아를 둔 부모들과 스킨십하면서 실질적인 고충을 알아야 더 완전한 솔루션이 나올 것이라고 코칭해줬다. 그래서 피버팅(pivoting·사업모델 전환)을 하게 됐고 이를 반영해 진단도구 시제품 제작, 검증 등을 거쳐 데모데이에 맞춰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치 기간이 끝나 정기적으로 조언을 구하고 받지 못하는 게 아쉽다. 소풍뿐 아니라 현재 입주해 있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투자 유치 현황이 궁금하다.
소풍에서 3천만원을 투자받았다. 사업 운영비용은 중소벤처기업부 R&D 사업,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사업에 선정돼 받은 자금으로 충당해 꾸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드림벤처스타(DVS)에 뽑혀 지원금은 물론 장소·멘토링 등의 지원을 더 받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1월부터 B2B(기업 간 거래)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7월에는 한인교포와 외국인을 타깃으로 북미시장을 시작 삼아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 소풍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한다고 해서 내후년엔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국내 한글교육 시장은 일부 대기업 학습지가 점유한 정체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교육만으로도 충분한 아이들에겐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등 ‘배달의민족’ 같은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쪽으로 확장해 시장을 변혁시켜 나가겠다.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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