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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는 모든 정책과 시장전략이 대상으로 삼아야 할 ‘정상가족’
방준호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 2018년 12월호



술병·이력서가 마지막 벗…‘50대 고독사’ 가장 많은 한국”(한겨레 2018년 3월 6일자), “‘비싸도 간편한 게 최고’ 팩과일에 손 뻗는 백화점 ‘큰 손’ 고소득 싱글족”(아시아경제 2018년 8월 6일자).
가난한 고독사와 큰 손 싱글족이 공존하는 시대, 1인 가구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1인 가구는 소위 ‘야마(기자들의 은어로 기사의 주제나 핵심을 이르는 말)’ 잡기 어려운 이슈다. 노인의 ‘시장소득과 건강’, 청년의 ‘일자리’, 실업자의 ‘사회 안전망’ 같은 공통된 문제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1인 가구의 ‘ㅇㅇㅇ’에 적어 넣을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오늘도 헤맨다. 정책당국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그래서 1인 가구 종합대책은 안 나오나요?”라고 기자가 묻는다. “어떻게 정책대상으로 범주화해야 할지 난감하단 말이죠.” 답변이 돌아온다. 현상은 명백한데 분석은 맴돈다.
최근 지표들은 1인 가구의 ‘종잡을 수 없음’이 상당한 수준임을 암시한다. ‘1인 가구는 대개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노인이나 결혼 적령기에 안 접어든 청년일 것’이라는 관념은 이제 게으른 것이라고 해도 무리 없어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45~64세 중년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31%를 차지한다. 이 많은 중년 1인 가구가 홀로 사는 가장 흔한 이유는 ‘이혼’이 아니다. 생애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45~54세 1인 가구가 34.1%에 이른다. 방 4개(거실 포함)를 사용한다는 1인 가구가 31.1%로 크게 늘었다. 생활 수준만 놓고 보면 중산층으로 분류할 만한 1인 가구가 적잖다는 의미다.
주체적으로 나홀로를 선택한 데다 소비여력도 만만찮은 1인 가구가 늘었다. 이제는 이들을 ‘한국경제의 만성적인 수요 부진을 타개할 소비주체’로 인식해버리면 그만인걸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반대편 지표도 공존한다. 1인 가구의 24.5%를 차지하는 노인 1인 가구는 높은 평균소비성향(가구에서 가구원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구입한 대가로 지출되는 일체의 비용)을 보이는데, 대부분 주거 같은 필수 소비를 위한 지출 탓이다. 체계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지만 서울에서만 한 해 최소 162명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50대 중년, 술로 인한 지병에 시달리다 보증금 없는 고시원에서 생을 마쳤다. 자유, 고독, 풍족함, 빈곤함. 결국 ‘모순되는 이 모든 것이 1인 가구’라는 싱거운 답변이 현재로선 진실에 가깝다. 달리 보면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빈곤가구’를 위한 정책에도, ‘일자리’를 위한 정책에도, ‘감정적 지지’를 위한 정책에도, ‘민간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에도 모두 녹아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결국 이런 것이다. 1인 가구에 대한 막연한 예찬 또는 비관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인 가구‘만’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가, 모든 정책이 1인 가구를 염두에 두고 짜여야 하는가. 이들을 ‘신기하고 새로운 트렌드’ 또는 ‘부상하는 사회 문제’로만 소비하는 사이 정작 전체 가구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이들이 ‘숨겨진 가구’가 돼버릴 가능성은 없는가.
각종 경제·복지 정책, 기업전략에서 1인 가구의 특성을 반영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지만, 여전히 1인 가구는 ‘환상적인 정상가족’ 중심으로 짜인 틀 속의 ‘별책부록’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제 1인 가구는 남다른, 어딘가에 있는 신기한 가구가 아니다. 모든 정책과 시장전략이 당연한 대상으로 삼아야 할 ‘실질적인 정상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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