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제는 지난해보다 소폭 회복할 전망이지만, 소비자 중심의 시장 구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여전히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장의 헤게모니가 소비자로 이동하고 소비자의 니즈가 점점 더 파편화됨에 따라, 이들을 우리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에 맞는 ‘명분’을 제공해야만 한다. 삼성디자인넷은 패션업계가 소비자들과 더욱 긴밀히 연결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하며 ‘REASON’을 2020년 패션시장 키워드로 선정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2020년은 재도약을 노리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진했던 패션 기업들이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달라진 트렌드를 반영하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더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을 통해 절치부심하는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다. 반등을 위해서는 일상적인 방식의 전환(Reverse of routine)이 우선돼야 하며, 관례적으로 해오던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시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마켓 관점에서는 정교화된 마켓(Elabo-rated market) 타깃팅을 도입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장의 메가트렌드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브랜드를 원한다. 더 많은 고객 접점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매출 확대로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브랜드는 가치사슬을 정교화해야 한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대안적 소비를 추구하는 움직임(Alternative consumer)이 강화될 것이다. 패션산업의 속성이 소유의 대상인 상품 차원에서 서비스 차원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H&M’, ‘가니(GANNI)’의 의류 렌털서비스와 ‘프라이탁(FREITAG)’ 등의 P2P 공유 플랫폼은 싫증은 쉽게 내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어필하고 있다.
또한 최근 소비와 비즈니스 구조를 변화시킨 지속가능성(Sustain & Maintain) 이슈가 패션스타일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꾸준히 선호되는 스테이플 아이템을 이용한 클래식한 스타일링과 좋은 퀄리티의 아이템을 오래, 다양하게 연출해서 입는 것이 지속 가능한 스타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글로벌 온라인 편집숍 ‘네타포르테(NET-A-PORTER)’의 경우 서스테이너블 플랫폼 ‘넷 서스테인(Net Sustain)’을 론칭하고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윤리적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등을 입점시켰다.
앞선 키워드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커머스 트렌드 대응 및 오프라인 유통의 재조정을 비롯해 급변하는 마케팅 프로모션까지, 모든 것을 메이커가 아니라 소비자를 중심(Ode to customer)에 둔 근본적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브랜드 서사의 확장(Narrative branding)이 필요하다. 신념 소비가 뿌리내리면서, 소비자들은 필요한 상품이더라도 각자의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브랜드라면 선택하지 않는다. 이제 소비자는 상품을 살 때 퀄리티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와 가치까지도 고려한다. 그러므로 패션 브랜드는 제품 하나하나에 집중함은 물론 소비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동의 세계관을 확립해야 한다. 즉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를 찾아올 명분, 구입할 명분, 궁극적으로 사랑할 명분을 제시하는 것이 패션 브랜드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