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에서 고객 경험을 개선해 매출을 높이는 것은 패션 분야의 큰 과제다.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해 상품을 기획하고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에서 가능한 전략이기에 럭셔리 브랜드부터 리테일까지 패션계는 지금 디지털화,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대세다.
2019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럭셔리 브랜드 1위를 차지한 루이비통은 자체 앱으로 구매는 물론, 패션쇼나 상품 론칭 등 이벤트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잡지 등에 실린 앱 아이콘을 스캔하면 관련 제품 정보, 이미지 및 영상 등을 볼 수 있고, 고객의 서비스 경험을 향상할 챗봇도 운영한다.
상품 제작에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사례도 있다. 2018년 타미힐피거는 IBM의 인공지능(AI) ‘왓슨’, 뉴욕 패션기술대(FIT)와 ‘리이매진 리테일(Reimagine Retail)’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패션쇼 런웨이 이미지 60만장, 타미힐피거 상품 이미지 1만5천장, 패브릭 사이트의 패턴 10만장을 분석한 왓슨은 FIT 학생들이 타미힐피거의 감성을 담은 상품을 디자인하도록 도왔다.
신생 회사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스타일 박스’ 구독 서비스로 유명한 스티치픽스는 2018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달러를 내면 개인 취향이 반영된 다섯 가지 상품이 담긴 박스가 배송되고, 고객은 원하는 옷만 골라 구매한 뒤 나머지는 반송한다. 가입 시 선호하는 스타일, 직업, 사이즈 등을 파악하고, 박스를 받을 때마다 상품의 피드백도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던 두 남자가 창업한 청바지 회사 리볼브는 매년 25~50%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에 집중했다.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지는 물론 기장, 단추의 개수와 위치, 스타일 정보까지 모든 것을 태깅(tagging)하고 하루 단위로 주문량을 추적한다. 판매량이 예상치를 뛰어넘으면 공장에 자동으로 추가 생산을 요청하는 푸시 알림을 넣고, 계약한 공장에서 추가 생산이 불가능할 경우 자체 생산을 통해 수요를 맞춘다.
리테일 공룡들에게도 거래량이 많은 패션은 매력적인 분야다. 상품을 무작위로 노출하는 대신, 지금 보고 있는 것과 유사한 상품을 소개해 체류 시간과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 주된 전략이다. 아마존의 AI 기반 의류 검색 서비스 ‘스타일스냅’은 앱에 사진을 올리면 비슷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알리바바 또한 AI로 상품 사진을 인식해 카테고리 등을 분류하고, 고객이 찾는 상품을 빠르고 편하게 볼 수 있는 필터 설정 기능을 제공한다.
감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패션에서도 정량적인 데이터 수집이 시작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AI 기업 ‘옴니어스’가 패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하고 있다. 상품 사진을 올리면 장당 0.5초의 속도로 13가지 분류의 속성이 자동 입력된다. 색상은 물론 소재나 핏 등 사람만이 할 수 있던 디테일까지 태깅할 수 있다. SNS 이미지를 대량 수집해 매주 트렌드 리포트를 제공하고, 유사한 다른 상품들을 노출할 수도 있다.
AI는 이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AI가 내 취향에 맞는 옷을 찾아주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게 도와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