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소비자 기저 심리 및 식(食) 트렌드 변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나를 위해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비자들 마음속의 ‘잘 먹는 것’이란 충분한 채소 섭취를 통해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것, 매일 제때 삼시 세끼를 잘 챙겨 먹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채소 섭취에 관심은 기울이지만 막상 먹으려면 맛이 없어 먹는 것을 꺼린다거나 보관·손질이 어려워 조리해 먹지 못한다. 대신 비트즙, 양배추즙 같은 건강보조식품을 통해 부족한 영양을 메워보려 애쓴다. 세끼를 챙겨 먹으려 하다가도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아침엔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끼니를 거르곤 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식음료 취식 행태·메뉴 빅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실제로 소비자들의 채소 섭취량과 끼니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이렇게 식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인식과 행동의 불일치’를 자세히 알아본다.
영양 균형과 건강을 위해 충분한 채소를 섭취하고 싶어 하나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 잎채소는 금방 시들어버려 사다 놓기 부담스럽고, 나물류는 손이 많이 가고 맛 내기가 어려워 조리가 망설여진다. 이 같은 이유로 채소 섭취가 어렵다 보니 채소류의 섭취는 전 연령층에서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난다. 채소와 더불어 밸런스를 맞춰 섭취하고자 하는 또 다른 소재는 단백질인데, 요즘의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단백질 소재 중에서도 육류에 편향돼 취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비자 식단에 올라온 메뉴 소재 중 육류의 비중은 16%에 달하나 수산물 소재의 경우 육류의 절반 수준인 8%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 간편한 방식으로 채소와 수산 단백질의 균형 잡힌 취식을 도와주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 세 끼니를 규칙적으로 챙겨 먹는 것 또한 소비자들이 지향하는 ‘잘 먹는 삶’ 중 하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소비자들은 하루 평균 0.9끼의 간식과 2.0끼의 식사로 총 2.9끼를 섭취하고 있으며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한 끼당 먹는 메뉴의 개수도 지속 감소하고 있으며 반찬 없이 먹는 원밀(one-meal)형 메뉴 취식이 증가하는 점으로 보아 끼니를 먹는다 해도 단출하게 때우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간소화되는 식단과 혼밥 트렌드의 확산이 연관된 듯하다. 소비자들은 10끼 중 4끼를 혼자 취식하며 혼자 먹을 때 원밀형 메뉴를 취식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식단 마련법을 들여다보면 가정에서 직접 조리를 하는 경우는 지속 감소하는 반면, 가정간편식(HMR), 배달, 외식과 같은 식(食) 외부 의존으로 전이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2015년에는 HMR 비중이 10% 미만이었으나 2019년엔 18%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국내 HMR시장 규모는 2015년 1조7천억원에서 2019년 3조2천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중·고등 자녀 가구를 중심으로 상온 상품의 밥·국·탕·찌개와 냉동 반찬 및 간식류 등의 폭발적인 수요가 시장을 견인했다.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 또는 자극적인 맛 등의 이유로 배달과 외식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면서도 기본적인 니즈인 편리함을 충족시켜주는 HMR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HMR시장이 세분화되면서 손질된 재료를 기반으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meal kit, 반조리 음식)와 외식·배달을 대체하는 고급형 HMR의 확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시니어층의 HMR 소비 증가로 향후 케어푸드산업으로의 확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