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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으로 F&B시장의 자동화 이끌 것”
이선우 ㈜에일리언로봇 대표 2020년 03월호



‘위잉 치킥, 위잉 치킥.’ 로봇 팔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커피가루를 드리퍼에 붓고, 주전자를 들어 물을 일정한 패턴으로 내리면 드립 커피가 완성된다. 세상에! 영화 〈아이언맨〉의 연구소에서나 볼 법한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주다니! 심지어 커피 맛도 훌륭하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에일리언로봇은 국내 최초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형태의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로봇 기술로 식음료(F&B)시장의 불필요한 업무를 덜어주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이선우 대표를 만나봤다.

로봇 공학 박사라고 들었다.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에서 로봇 동아리를 직접 만들었을 정도로 로봇을 좋아했다. 각종 로봇 대회 출전을 계기로 농구 로봇, 축구 로봇을 만들며 경험을 쌓았다. 평소 친하게 지낸 사람들과 함께 실용적이고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 2016년에 창업했다.

에일리언로봇은 어떤 회사인가?
로봇을 만드는 기술 기반의 제조(하드웨어) 스타트업이다. 자동화 기술을 F&B시장에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해 지금은 드립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과 격불[말차(茶)를 물에 개어 세밀하고 풍부한 거품을 내는 행위] 로봇을 제작하고 있다. 우리는 이 로봇들을 ‘카페맨’이라고 부른다. 비록 로봇이지만 사람과 함께하는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 싶어 이름을 붙였다. 올해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라테류를 만들 수 있는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페맨은 어떤 효용이 있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바리스타가 드립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평균 11분이 걸린다. 그런데 바리스타 로봇은 세 잔을 만드는 데 8분이면 된다. 핸드 드립에는 일명 ‘뜸 들이기’가 필요하다. 추출 전 커피가루에 물을 골고루 부어 전체적으로 적셔주면서 커피 성분을 충분히 녹여주는 과정이다. 바리스타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다렸다가 본격적으로 드립을 하지만 로봇은 정확한 스케줄대로 한 번에 여러 잔을 만들 수 있어 제조 시간이 짧아진다. 격불 로봇은 ‘힛더티’라는 말차 전문 스타트업으로부터 제작을 요청받아 개발한 모델인데, 말차 1샷을 만드는 데 사람이 평균 50초 정도 걸린다면 로봇은 20초 만에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 무엇보다 카페맨은 언제나 같은 맛을 낼 수 있다. 로봇을 안 쓸 이유가 없지 않을까(웃음).

기존의 커피자판기와는 차원이 다르겠다.
고정된 메뉴에 따라 커피가 만들어지는 자판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프로그래밍을 달리해 색다른 레시피를 구현할 수 있고, 사람이 하는 동작을 로봇이 똑같이 해주기 때문에 바리스타 없이도 바리스타 표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이 시간 동안 사람은 카페의 다른 업무에 집중하면 된다. 이를테면 신메뉴를 개발하거나 응대서비스 질을 높여 고객을 더 확보하는 것이다.

로봇을 실제 구현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오히려 더 쉬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역발상이었던 것 같다. 로봇은 신속하고도 정밀하다. 주전자로 일정한 물줄기를 만들어 커피를 내리는 핸드 드립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지만 로봇은 프로그래밍대로 실행하기 때문에 반복 작업을 정밀하게 수행하는 건 훨씬 더 수월하다. 그보다 어려웠던 건 수요를 찾아내 사업화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F&B시장을 잘 파악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F&B시장 중에서도 음료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편의점보다 두 배나 더 많을 정도로 굉장히 흔한 게 카페인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카페 창업을 고려하는 걸 보고 사업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바리스타가 계속 같은 맛을 낼 수 없는 것을 자동화 비율을 높여 보완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보된 기술을 통해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면 수익률은 저절로 올라갈 것으로 봤다.

카페는 골목 가게부터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범위가 방대한데 어디를 타깃으로 설정했나.
대형업체보다는 10개 미만의 점포를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를 타깃으로 했다. 그런 업체들의 경우 로봇을 구입하는 게 현실적으로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보통 2명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로봇이 1명을 대체한다고 할 때 구입가격은 대략 2년 치 인건비다. 로봇의 평균 수명이 10년(초기 2년 무상보증, 이후 워런티 구독 가능)인데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갈 뿐 그 다음부터는 순이익이 더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

여러 곳에서 사업 제안을 받았을 것 같다.
흥미를 갖고 제안하시는 분이 많다. 홍보 효과를 목적으로 구입하려는 기업의 카페테리아나 관공서가 있고, 정부에서도 지원받아 팁스(TIPS)타운(기술창업 스타트업 공간)에서 직영 카페를 운영 중이다. 또 힛더티처럼 민간 업체에서 주문을 받기도 하고 제품을 충분히 공급해주면 판매를 하고 싶다는 곳도 있다. 리스나 공유경제를 제안받기도 하지만 직접 유통이나 서비스까지 하게 되면 제품 개발이나 제조를 혁신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어 아직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국내 로봇기술 수준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자동화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적은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산업용 로봇은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고 더 이상 접목할 부분이 많지 않을 정도로 대기업에서는 로봇이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나 그렇다. 일상에서 가까이 만나는 로봇은 그리 많지 않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F&B시장에서는 우리가 해냈다고 생각한다.

푸드테크시장에 진입할 때 특별한 장벽은 없었나.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식품을 만드는 기계나 장비에는 관련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도 곧 비슷한 게 생길 것 같다. 진입장벽보다는 제품 효용성을 입증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홍보마케팅 방안을 모색 중이다.
 
F&B시장에서 로봇과 같은 신기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동안은 F&B시장에 기술은 거의 도입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사람이 모든 것을 직접 만들고 있고, 영세한 곳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았다. 바리스타 로봇처럼 카페나 식당에서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로봇에게 맡기면 사람은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다.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하면 새로운 일자리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F&B시장에 로봇이 좋은 변화를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과도기이자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농경사회가 저물었다고 해서 쌀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일자리가 다 없어지진 않은 것처럼 말이다. 단순 반복하는 일자리가 없어질 뿐 끊임없이 사고하는 일은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카페뿐 아니라 F&B시장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푸드테크 기업이 되고 싶다.

 
조우리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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