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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유명 건축물에 벌통 설치하고, 로테르담은 수상 목장에서 젖소 키우고
강지은 나라경제 기자 2020년 04월호
 
지난해 4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첨탑과 지붕이 무너져 내릴 정도의 무서운 화염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어 큰 화제를 모았다. 그것은 성당 옥상에서 살고 있던 18만여마리의 꿀벌이었다. 2000년부터 무농약 도시가 된 파리에는 유명 건축물마다 벌통이 설치돼 있다. 벌들은 각양각색의 꽃으로 가득한 튈르리 공원, 너도밤나무가 늘어선 샹젤리제 거리 등을 오가며 부지런히 꿀을 만들어낸다.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의 경우 양봉 역사가 40년이 다 돼간다. 그곳에서 45만여마리의 벌들이 만들어내는 꿀은 현재 오페라 기념품점 등에서 125g이 15유로에 팔리고 있다.
독일 2위 유통업체 레베의 베를린 매장에서는 도심 한복판에서 키운 유기농 바질 화분이 개당 2유로 정도에 팔리고 있다. 2015년 베를린 도심 맥아공장 부지에 건립된 ECF팜시스템즈(Farmsystems)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농장에서 재배된 것이다. 아쿠아포닉스는 수조에서 물고기를 키우고 그 물을 이용해 수경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친환경 재배농법이다. 농어 등 물고기가 먹이를 먹고 배설물을 배출하면, 물 속 세균이 배설물을 식물이 흡수 가능한 질산염 형태로 변환시킨다. 식물은 질산염을 영양분으로 흡수해 물을 정화하고, 깨끗해진 물은 다시 물고기가 사는 수조로 들어간다.
ECF팜시스템즈는 도시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식품을 공급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으며, 2016년 스위스 바트라가츠와 2018년 벨기에 브뤼셀에도 아쿠아포닉스 농장을 완공했다. 베를린 농장에서는 연간 유기농 바질 화분 약 50만개가 생산된다. 농어 출하량도 연간 30t이 넘으며, 대형 슈퍼마켓 체인 에데카 등에 납품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 호텔은 호텔 내 아쿠아포닉스 시설에서 키운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고객을 맞고 있다. 지난해 말 페어몬트 싱가포르 호텔은 자매호텔 스위소텔 더 스탬포드 호텔과 연결되는 옥상에 아쿠아포닉스 농장을 설치했다. 식재료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에서 신선하고 질 좋은 근거리 생산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면서, 2030년까지 도시농업 기술을 통해 식량 자급률을 30%로 높이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시설 규모는 450㎡로 작지만 올여름 전면 가동되면 두 호텔에서 필요한 채소 30%와 생선 10%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호텔 측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는 세계 최초의 수상 목장인 플로팅팜(Floating Farm)이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총면적 약 3,600㎡의 3층 구조 수상 건물에서 소수의 상주 인력이 스마트 시스템으로 젖소 35마리를 돌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일부 지역의 해수면이 연간 몇 ㎜씩 높아지면서 땅이 줄어들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수상 목장은 낙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목장은 순환을 통한 지속 가능한 낙농업을 강조한다. 빗물 수집 장치로 젖소에게 물을 주고 태양광 발전으로 필요 전력의 60%를 충당한다. 소 먹이의 80%는 축구장 풀, 맥주공장 곡식 찌꺼기, 급식업체의 남은 과일 조각 등 도시 내에서 공급받고, 젖소의 분뇨는 로테르담 공원 녹화사업 등에 필요한 퇴비가 된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800L의 우유가 생산되는데, 농장에서 직판되거나 로테르담 소매점으로 납품되고 있다.
기후변화, 토지 부족, 오염 등으로 기존 농업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근교에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값싸고 영양가 높고 신선한 식량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글로벌 도시들의 혁신적인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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