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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안전망 된 양적완화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부장 2020년 05월호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졌다.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위험기피 현상이 심화됐고, 안전자산인 국채시장마저 극단적 현금화 과정에서 매도가 출회하는 등 불안심리가 고조됐다.
2월 말까지만 해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300p를 넘었고 국내 코스피는 2,200p 수준이었다. 불과 3주 만인 3월 중반 S&P500은 2,230p대로 30%에 가까운 하락을 기록했고, 코스피 역시 1,450p대로 내려오면서 36%나 하락했다. 주요국 국채금리는 금융불안 초기에는 안전자산 선호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미국채 10년 금리는 0% 중반 아래로, 한국채 10년 금리 역시 1% 초중반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미국채 10년 금리는 1.3%까지, 한국채 10년 금리도 1.7%대로 끌어올렸다.
금 가격마저 하락하며 달러라는 현금 외에는 투자대상이 없는 듯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강세 기조에 외국인 주식매도 자금까지 더해지면서 1,200원 선을 지키지 못하고 1,290원까지 올라갔다. 미국과 한국 외에 유럽과 중국, 신흥국 모두 금융위기와 같은 현상이 유사하게 진행됐다.

각국 발 빠른 대응 속 주가지수·환율 등 3월 초 충격서 회복 중
민간경제와 금융시장이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 기능이 상실되고 주요 지표의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재정정책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통화정책은 금융위기 우려를 덜어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3월 말 기준 미 연준(Fed)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이 실시하고 있는 양적완화는 규모의 경우 무제한(infinity), 기간도 제한을 두지 않는(open-ended) 형태로 운영 중이다. 덕분에 미국은 양적완화로 연준 자산이 GDP의 17%에서 28%까지 급증했고 유럽은 ECB 자산이 38%에서 43%, 일본은 BOJ 자산이 102%에서 110%까지 늘었다. 미국 명목 GDP가 20조달러 규모이니 늘어난 11%는 2조달러가 넘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연준이 3조달러 정도는 더 공급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2조달러가 넘는 미국 재정정책과 여기에 더해진 통화정책의 조합은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해 전염병의 공포를 낮추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는 재정정책에 당시 GDP의 10%인 1조5천억달러를, 양적완화에 1조5천억달러를 투여했다. 현재 시행된 정책의 규모만 해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반으로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충격이 확인되기도 전인 4월 중순을 기준으로 주요 가격지표들은 금융충격의 상당부분을 되돌리고 있다. 양적완화의 직접대상인 미국채시장은 3월 말에만 연준이  일간으로 750억달러씩 매수에 나서자 단기간 불안 심리로 올랐던 금리가 이내 다시 0%대 중반까지 하향 안정되면서 안전자산의 지위를 회복했다. 동시에 S&P500은 2,230p에서 2,800p 부근까지 낙폭의 절반 가까이를 돌리면서 위험기피 현상이 개선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일부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파산할 것이라는 공포가 컸는데 연준이 양적완화에 보조적인 구제 프로그램으로 회사채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덕분에 위기 확산 전 BB등급 이하 하이일드(high-yield) 채권금리가 국채 대비 4%p에서 11%p까지 가산금리 부담이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7%p대로 안정됐다.
국내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75%까지 낮춘 이후에 최근 국고채시장을 안정시키고 금융기관들의 조달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비전통적 방식을 도입하면서 시장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재정확대로 추경을 실시할 경우 늘어날 국채공급 부담을 한국은행이 향후 유동성 조절용 채권으로 단순매입을 늘려 편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산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채권도 단순매입 대상에 편입시키는 등 한국판 양적완화가 시도되고 있다. 덕분에 국내 국고채금리도 다시 안전자산 지위를 회복했고, 비은행 금융회사인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과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가세도 영향을 줬지만 코스피는 1,850p 이상으로 하락폭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3월 초 글로벌 불안심리가 확산되기 전 수준인 1,220원 정도까지 내려왔다. 국내 주식과 환율, 금리 등이 안정심리를 찾은 것은 국내외 통화정책의 공조가 만든 결과로 볼 수 있겠다.

 

美 주도 양적완화, 달러유동성 공급 확대해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에 기여
종합적으로 양적완화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정리하면, 실물경제 충격을 상쇄할 안전판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2016년까지 3차례의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유럽과 일본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실물경제 개선의 밑천으로 활용했다.
IMF가 추정한 2020년 코로나19의 실물경제 충격을 보면 전 세계 실질 성장률이 전년 대비 -3%로,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물론 현재 주요국의 정책적 노력 속에 전염병의 공포가 해소된다면 올해 위축된 성장률의 반작용으로 2021년에는 5%가 넘는 글로벌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이 전망의 기저에는 양적완화의 역할이 중요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2009년 미국의 성장률을 -3%로 끌어내렸지만 2009년 미국 주식시장은 3월에 바닥을 찍고 연말까지 65%가 넘는 상승을 기록했다. 후행적인 경기위축보다는 양적완화 같은 유동성 공급정책의 수혜를 2015년까지 이끌고 갔으며,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이후에도 유럽과 일본의 유동성 공급으로 글로벌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 역시 2009년 중 코스피가 1천p에서 1,700p까지 70%가 넘는 상승을 기록했고, 이후 경기회복 기조까지 가세해 2011년까지 국내증시는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현재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주식시장은 단기 하락폭의 절반 가까이 반등이 진행된 상황에서 변동성은 남아 있지만, 정책의 안전판을 지지하며 하단을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 같은 저신용 상품 역시 주식과 유사하게 안정 흐름을 찾을 것이다. 과거 국채보다 4%p 정도의 가산금리까지는 쉽지 않겠으나 현재 7%p 정도로 높은 이자부담은 추가로 낮출 여력이 있다고 본다. 당장 은행 간 거래의 기준금리인 3개월 리보(LIBOR)금리가 1.5% 부근까지 치솟았다가 1.1%대까지 내려왔는데 0%인 미국의 기준금리에 맞춰 다시 0%대까지 안정될 것이다.
이렇듯 양적완화가 만들어낸 유동성의 여유는 채권시장에도 수혜가 있겠으나 과거 양적완화 기간에 오히려 국채를 중심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했던 부분은 상식과 다를 수 있다. 양적완화라는 정책이 국채나 채권을 매수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채권의 가격이 올라가 금리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많은데 지금처럼 불안심리가 높은 구간에서 안전자산으로 국채 등 시장금리는 선제적으로 하락했다가 양적완화가 본격화돼 불안심리가 개선되면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수해도 금리는 상승했다.
더불어 미국이 주도하는 양적완화는 달러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2014년 중반 연준이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달러 약세가 이어졌으나 양적완화 중단 소식에 달러 인덱스는 80p에서 100p까지 20%나 절상되는 충격이 있었다.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가 동시에 진행돼 달러약세가 제한되더라도 원/달러 환율 상승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양적완화의 목표는 단순히 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닌 공급된 유동성이 채권이라는 수단을 거쳐 위험자산 선호와 실물경제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위험자산 선호를 지지하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낮추며 완만한 금리상승을 수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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