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디든 머리만 대면 자는 사람과 뒤척이다 겨우 잠드는 사람. 나는 후자인 데다 중간에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부류다. 잠귀도 밝다. “어유, 예민해서 그래.” 주위에서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게 수면장애의 일종이라는 것을, 꼭 수면제를 먹어야만 불면증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새벽 12시~2시 30분이면 잠이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점점 늘어났다. 차라리 좀 더 늦게 일어나면 하루를 일찍 시작해 보기라도 하련만, 애매한 시간이다 보니 꼭 다시 잠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자야 한다’는 강박, ‘나는 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숙면에 큰 적이라는 걸 잘 몰랐다. 책 읽기, 인생계획 세우기, 핸드폰 사진 정리, 양 숫자 세기 등 온갖 걸 해봤지만 숙면으로의 길은 멀었다.
수면환경부터 점검해봤다. 암막커튼은 십수 년째 써오고 있고 편안한 매트리스와 베개, 적절한 온습도는 이미 OK. 사실 마음에 걸렸던 건 카페인이다. 수면장애를 의심하기 전까지 나는 카페인과는 상관없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후 3시 이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러고도 간헐적으로 잠 못 이루는 일이 생기자 친구가 아로마오일을 선물해줬다. 라벤더, 베르가못 등 숙면에 좋기로 알려진 오일이 믹스된 것으로 베개에 3~5방울 떨어뜨리면 된다. 오일병을 열면 오늘밤은 문제없을 거라는 기대가 산뜻한 향기와 함께 밀려든다. 효과가 좋은 편이었다.
아무 것도 소용없던 어느 밤엔 수면유도음악 앱을 다운받았다. 명상음악, 수면음악, ASMR 등 사운드테라피는 이미 거대한 장르였다. 여러 앱의 백색소음을 비교해보고 유명 ASMR 유튜버들의 채널도 방문하면서 내게 맞는 소리를 찾는 여정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효과를 본 건 빗소리와 숲의 풀벌레소리. 먹는 소리는 괜히 위장을 자극한 탓인지 실패였다.
가장 최근의 나는 걷는다. 숙면 팁 중에 ‘잠들기 전엔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마라’는 게 있다. 그걸 지키기 위해 퇴근 직후 1시간 미만으로 활력 있게 걷는다. 걷지 못한 날은 이러다 중간에 또 깨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잠을 청한다. 이래저래 나의 불면은 크고 작은 걱정들과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신케 하는 대목이다.
얼마 전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수면의 질을 분석해보니 ‘보통’으로 나왔다. 결과가 의아했지만 ‘생각보다 나 잘 자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안도가 찾아왔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서’라는 맞춤한 이유로 숙면에 좋은 것들을 검색하고 『수면혁명』,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등 관련 책을 읽으며 ‘으랏차차 숙면 지킴이 리스트’라 이름붙인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하나하나씩 실천하다 보니 잘 자는 날이 더 많아졌다. 가장 최근의 ‘뜬눈밤샘’ 원인은 이 기사를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었을까. 이제 다 썼으니 오늘밤 아마 꿀잠을 잘 수도. 그리고 나처럼 불면인 듯 불면 아닌 불면 같은 밤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나의 소소한 리스트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