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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충격으로 생기는 트라우마, 기억의 일부 지워버리기도
권대익 한국일보 의학전문기자 2020년 07월호


1972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웨인 카운티에 있는 산악관광지 버펄로 크리크 계곡에 세운 댐이 무너지면서 물과 토사가 인근 16개 마을을 덮쳐 125명이 죽고 4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사고 후 주민의 80% 이상이 오랫동안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심지어 주민들은 누군가가 “물 밀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하면 집단적으로 허둥거렸다.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이처럼 과거에 경험했던 사건·사고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충격으로 우울증, 불면, 공황발작 등 다양한 정신적인 증상을 겪는 질환이다. 미국정신의학회가 1980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트라우마(trauma)’를 질병 이름으로 처음 등재했다. 트라우마라는 용어는 ‘상처’라는 뜻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유래한 것으로, 충격적인 사건이나 사고를 경험한 여성의 20%, 남성은 8%가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라우마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아주 많을 뿐만 아니라 꽤 오랫동안 이런 이미지가 기억된다. 예를 들어 신체적 폭행, 성폭행, 화재, 천재지변, 비행기·기차 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불안해지거나 심한 감정적 동요를 겪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질환 가운데 가장 심각한 질환으로 꼽히는 트라우마는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
트라우마 증상은 과(過)각성(hyperarousal), 침투(intrusion), 억제(constriction) 등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과각성은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에는 없었던 각성반응으로 악몽을 반복적으로 꾸고, 불면증이 생기고, 환청을 듣거나 환시를 보고, 쉽게 놀라거나 공포감에 사로잡히는 등 과민반응하고, 충동조절 장애가 생겨 폭발적으로 화를 내기도 한다. 침투는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사고가 다시 ‘생생하게’ 느껴지는 현상이다. 억제는 광범위한 회피 현상으로, 트라우마와 관련된 생각·느낌·상황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며 외상의 중요한 부분을 기억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뇌가 기억의 일부를 지워버리는 해리(dissociation) 현상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약물·알코올 중독에 빠지거나 자살이나 자해를 할 위험이 크다. 나이가 어리거나 다른 질환을 동반하고 있으면 이런 증상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트라우마는 이러한 과각성·침투·억제 등의 현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은 ‘난파 당한 배’와 비슷하기에 안전감 회복이 최우선이다. 즉 환자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자가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의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경청한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 등과 같은 약물 치료와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인지행동 치료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은 회복 탄력성(resilience), 즉 ‘마음의 맷집’을 키우게 된다. 그런 다음 환자에게 회복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하고 건강을 회복해 온전히 사회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만든다. 치료는 일반적으로 3~6개월 정도 받으면 되는데, 다른 정신건강의학적 문제가 나타난다면 1년 이상 치료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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