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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군인에 무료로 정신건강 치료 제공하는 미국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0년 07월호



세월호 참사 후 이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용어를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PTSD 진단기준이 세계적으로 확립된 것은 1980년의 일이다. 그전까지 PTSD는 개인적 소인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는데, 건강한 미국 청년들이 베트남전에서 돌아와 폭력, 자살, 알코올 중독 등의 심각한 문제를 겪으며 이것이 사회문제가 되자 PTSD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개인의 나약성이 아니라 재난과 트라우마가 개인에게 가한 영향력이 의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이후 사회가 트라우마를 관리해야 한다는 정책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제대군인을 위해 1988년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하고 1989년 국립PTSD센터를 설립했다. 2005년 이후 보훈 분야에만 정신건강서비스 전담인력이 6천명 수준에서 2010년 2만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PTSD를 앓는 참전용사가 그 원인이 참전임을 스스로 증명할 필요가 없도록 보상과 지원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제대군인은 무료로 신체·정신 건강 치료를 받고 생활지원금, 주거서비스 등을 제공받는다. 미국의 보훈서비스는 근거가 검증된 최고의 치료와 함께 지역의 회복코디네이터, 동료상담가가 함께하는 지역사회 지원 시스템으로 발전돼 운영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도 트라우마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세계무역센터 건강 프로그램이나 범죄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트라우마 치료를 보장받고 있다.
일본에서도 고베대지진 후 트라우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효고현에 마음의케어센터가 설립됐다. 센터장인 정신과 전문의 카토 히로시에 의하면 민간의료체계에서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 피해자에게 근거기반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고 7명의 전문의를 포함한 다학제팀이 환자 한 명에 1~2시간의 면담과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동일본대지진 때 재난정신의료팀의 일원으로 현장 긴급지원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유서를 써놓고 출발해야 할 만큼 상황이 엄중했다고 한다. 일본의 「재난관리법」은 민간의료진이 재난 시 출동할 경우 공무원의 직위를 부여하고 관련된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규정을 갖추고 있다. 트라우마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공적 서비스를 민관협력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후 동북부 3개 현에 마음의케어센터가 설립돼 트라우마 피해자에게 치료와 사례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쓰나미 등 자연재난은 그 지역의 의료·복지 자원을 철저히 파괴한다. 이 경우 기존의 정신과 입원환자, 지역에 산개된 트라우마 피해자에 대한 관리가 우선이 된다. 약을 전달하고 안전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분류작업이 시작점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후쿠시마 등에서는 초기에는 자살률이 감소하다가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가장들을 중심으로 증가한 바 있다. 노력해도 변화가 어렵다는 절망으로 해석된다. 이를 분석한 연구에는 초기부터 정신건강서비스가 제공된 지역의 자살률이 낮았다고 보고된다.
트라우마는 개인과 지역사회가 해결할 수 없는 재난과 심각한 사고의 문제다. 피해자는 국민이며 또 이들을 구조하거나 지키기 위해 노력한 소방관, 군인, 경찰, 의료진 등이다.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의 자립과 회복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국가적 과제다. 트라우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코로나19 시기에 심리방역에 대한 요구도 높다. 이에 걸맞은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문제는 아주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겪을 수 있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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