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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데이터 이동권 조항 신설돼야
임태훈 고려대 빅데이터융합사업단 연구교수 2020년 08월호



싸이월드의 서비스 종료 선언으로 글, 그림, 미니미 등 이용자가 남긴 데이터의 처리 문제가 부각됐다. 이용자보다는 싸이월드와 같은 플랫폼(서비스)의 힘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플랫폼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 서비스뿐만 아니라 병원, 은행, 카드사, 보험사, 쇼핑몰, 전력회사, 네비게이션 회사, 항공사, 심지어 정부도 이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주인행세를 한다.
마이데이터 사상은 이 데이터의 주인을 이용자, 즉 정보 주체로 본다. 이용자가 원하면 플랫폼은 개인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하고,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겠다면 데이터를 이동시켜줘야 한다. 이것을 ‘데이터 이동권(Right to Data Portability)’이라고 부른다. 시간과 돈이 들고 데이터를 다른 회사에 넘겨줘야 하니 당연히 잘나가는 플랫폼들은 마이데이터 사상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어떤 서비스든 늘 1위일 수는 없다. 언제 누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왕좌를 노릴지 모른다. 오히려 이용자 편의를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는 이미 2017년부터 서비스 간 데이터 호환 표준을 만드는 프로젝트(Data Transfer Project)에 돌입했고, 콧대 높던 애플도 2019년 결국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자사만의 플랫폼 생태계보다는 다른 플랫폼과의 상생 생태계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데이터 이동권이 없어도 이용자에게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다운받게 해주거나 다른 회사로 이동시켜줄까?
정부 산하기관에 입사한 2000년, ‘공공정보의 민간 이용 활성화’ 정책을 맡아 수행하게 됐다. 이 정책은 1998년부터 시작됐는데, 모순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큰 장벽은 바로 공공정보를 갖고 있는 정부였다. 국민 세금으로 만든 정보를 왜 민간에 내줘야 하나, 법적 근거는 있나, 공공정보를 내줬다가 오류가 있으면 누가 책임지나 등등의 이유를 들어 개방에 반대했다. 반대하지 못할 만한 정책 당위성을 아무리 설명해도 바뀌지 않았다. 그로부터 무려 13년이 지나서야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공공데이터 포털도 만들어졌다. 인식도 개선돼 공공데이터는 이제 여러모로 활용되고 있다.
2017년 마이데이터 정책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산업계로부터 같은 반대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공공데이터와 마찬가지로 해법은 역시 근거법 제정과 참여 유도를 위한 예산 지원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데이터 이동권 조항을 신설하고, 가능하다면 명칭도 ‘개인데이터 보호 및 활용에 관한 법률’쯤으로 바꾸면 좋겠다. 다행히 2020년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이 도입됐다. 이 법을 시작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의료법」 등에도 데이터 이동권 조항이 신설되길 바란다.
정부는 데이터경제를 표방하며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잘 쓴다는 것’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계가 볼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앱을 열어 병원을 선택하고, 내 진료정보 중 병명 코드 데이터와 진료비 데이터를 선택해 보험사에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면 바로 보험료가 내 통장에 입금되면 좋겠다. 이게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다. 기술로만 보면 이미 20년 전에도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플랫폼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와 함께 법적 근거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플랫폼들이여, 내 데이터는 나의 것이니 나도 내 맘대로 좀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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