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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폭염과 집중호우, 기후위기 시대의 경고음
최우리 한겨레신문 기후변화팀 기자 2020년 09월호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였던 7월 22일, 수도권을 제외한 중부와 남부 지방은 흐리고 비가 내렸다. 휴가를 가장 많이 떠난다는 ‘7말 8초’에는 역대 가장 긴 장마가 전국을 할퀴었다. 서늘하고 습도가 높은 여름을 보내면서 제습기 판매는 늘었고 채솟값은 폭등했다. 2018년은 폭염, 2019년은 태풍, 올해는 장마와 집중호우로 여름마다 매해 다른 방식의 ‘재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가 도래했다는 경고음은 이미 울렸고, 이상기후로 인한 일상의 변화가 예고돼 있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지난 7월 28일 한국의 이상기후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2010년부터 5년 단위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연구 결과와 전망을 묶어낸 것이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발표된 국내외 기후변화 관련 논문과 정부보고서 등 1,900여 편의 내용이 집약돼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온 상승이 세계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19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100년 동안 세계 평균 기온이 1.4도 올랐는데, 한국은 1.8도 올랐다. 미래의 상승 속도도 한국이 더 빨랐다.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전 세계 기온은 현재보다 4.6도 오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한국은 4.7도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 바다 표면 수온이 지난 50년간 0.47도 오르는 동안 한국 주변 바다 표면 수온은 1.23도 올라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면서 전방위적·연쇄적 변화는 이미 현재진행 중이다. 생태계가 우선 반응하고 있다. 겨울이 짧아지고 봄이 일찍 시작하면서 한국 산림의 나무들은 꽃이 빨리 피고 열매가 빨리 맺고 단풍은 늦게 든다. 쓰쓰가무시증이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같이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에 대한 위험도 커졌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50년 겨울철 평균 기온이 10도를 넘게 되는데 이 경우 열대 감염병인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한국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산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장마, 한파, 폭염 등 이상기후가 지속하면 등산과 자전거 타기 등 외부에서의 레저 활동과 관련한 산업은 위축될 수 있다. 빙과류, 식음료와 패션산업은 매출 변동성이 커져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워진다. 따뜻한 겨울과 긴 장마로 난방 사용이 줄고 제습과 냉방에 사용하는 에너지양이 달라지면서 에너지산업의 계절 수요 예측도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농수산물 지도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태로 기온이 오른다면 21세기 말이 되면 한국의 벼 생산성은 25% 줄어든다. 사과 농사가 적합한 지역은 남한에서 사라진다. 2060~2090년이 되면 여름 감자는 30%, 가을 감자는 10% 수확이 줄어든다. 김치의 주재료인 고추는 89% 감소하고 배추 역시 기온이 오르면 생육에 지장을 받게 된다. 수온이 오르면서 돔류나 방어 등 아열대성 품종의 양식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해안의 김과 미역 등 해조류 양식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고됐다.
기후변화는 누구에게나 잿빛 미래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시보다는 농촌이나 해안 지역부터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노인과 아이, 만성질환자, 장애인, 주거 취약계층 등 사회경제적 약자부터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노후 슬레이트 주택과 같은 취약 주거 환경 개선과 자연재해 위험 지역 정비를 위한 공공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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