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록적인 최장기간 장마로 인한 엄청난 피해, 불안한 경제상황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등으로 2020년은 한국 사회에 참으로 어려운 시기인 듯하다. 이번 여름 홍수로 인한 피해액은 평균 3천~4천억 원을 훨씬 넘는 1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도 막대한 홍수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자연 산불과 토네이도(tornado)가 만나서 파이어네이도(firenado)가 됐는데 캘리포니아에서만 현재까지 2만 에이커(80.9㎢)의 초지를 태웠다고 한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폭염 일수는 현재 평균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에너지의 경우 2020년대 중반 이후부터 여름철 냉방 전력소비가 겨울철 난방소비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한국은 2018년 7월 24일 114년 만의 최악의 폭염으로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인 9만2,478㎿를 기록한 바 있다.
홍수, 폭염 등에 따른 환경변화는 산업계 근로자의 건강 및 작업 역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지역의 기반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물론 모든 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산업은 기후변화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거나 새로운 산업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기후변화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겠지만 한국의 경우 광공업과 서비스업 부문의 품목별 기후 위험을 예측한 결과, 539개 광공업 품목 중 144개(26.7%)와 229개 서비스 업종 중 64개(28.9%)가 판매량과 경영성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중대한 부정적·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은 다음과 같다.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는 우선 교통 및 수송 관련 산업이 있다. 폭염과 폭우로 도로포장 구조물에 블로우업(blowup)이나 포트홀(pothole) 현상이 발생해 교통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국민의 식생활 습관 변화로 식중독 발생이 증가하면서 보건산업이나 서비스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세 번째는 전력산업이다. 폭염 및 열대야로 7~8월 건물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고 1~2월의 겨울철 한파로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할 것이다. 이로 인해 적정한 전력 공급을 맞추기 어렵거나 송배전 인프라 파괴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한편 관광산업은 태풍, 폭풍, 집중호우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이 가운데 골프, 스키리조트 등 레저산업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산업은 기상정보산업으로, IT 기술과 융합해 기상 예보·예측 능력을 증대시키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연재해 보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풍력·홍수 보험, 지진 보험 등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발히 운영 중이다. 기후적응산업으로 불리는 분야도 유망하다. 물을 최소한만 사용하는 농업 기법, 홍수에 강한 비닐하우스, 침수지대에 항시 비축·운영 가능한 휴대용 보트, 물·에너지 절약 제품, 폭염에도 안전한 음식(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한 냉동식품, 아이스크림, 얼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후변화의 역습은 시작됐다. 인류는 수세기 동안 해오던 생활 방식은 버리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새롭고,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변화의 시작은 산업계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