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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우스’로 변한 지구에서 한국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2020년 09월호


올여름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6월 하순 시작된 장마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더니 중부 지역에서 50일 넘게 지속돼 기상관측 이래 최장 기간 기록을 세웠다. 2018년 여름은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에서 무더위로 악명 높았던 1994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정도 빈도면 ‘기상이변’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민망하다.
지난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온실가스 배출을 극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류의 삶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위기감의 결과다. 그럼에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으며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협약에서 우려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2018년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리는 지구는 ‘핫하우스(hothouse)’다. 핫하우스는 난방을 하는 온실을 뜻하는 용어로 난방을 하지 않는 온실인 그린하우스(greenhouse)보다 어감이 세다. 핫하우스 시나리오에서 2100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5도 이상 더 높은 상태다. 불행히도 지구가 핫하우스를 향해 간다고 내다보는 과학자가 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각종 기상관측 기록경신 행진을 보면 아무래도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핫하우스로 바뀌고 있는 지구에서 한국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사계절의 변화로 3개월씩 나누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여름이 한 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대신 겨울은 점점 짧아지고 따뜻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스포츠는 사양길로 접어들고 스키장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하나둘 문을 닫을 것이다.
한반도 아열대화는 단순히 여름이 길어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각종 전염병이 우리를 괴롭히는 가운데, 특히 모기는 귀찮은 존재에서 두려운 존재로 위상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한 세대 뒤에는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 모기 매개 전염병이 풍토병으로 자리할 수 있다. 코로나19처럼 등장 전까지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신종 전염병의 위협도 상존해 매년 가을이면 독감은 기본이고 몇몇 신종 질병에 대한 백신 접종도 해야 할 것이다.
마트 풍경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바나나를 비롯해 오늘날 수입하는 과일 대다수는 국산 과일로 대체돼 있고 전통적인 우리 과일인 사과와 배는 국산으로 수급이 안 돼 외국산이 대부분일 것이다. 한편 육류는 ‘탄소세’가 붙어 더 비싸지고, 특히 소고기는 탄소세가 엄청나 수입산도 지금의 한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겠다. 대신 ‘고기 없이도 고기 맛을 내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미식가가 아닌 한 그렇게 아쉽지는 않을 것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205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발생량은 지금보다 꽤 줄어들 수 있다. 2020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2050년에는 4천만 명 선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이용하는 기술까지 더해져 어쩌면 순발생량이 ‘0’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세계 인구는 꾸준히 늘어 90억 명이 넘고 생활수준 향상으로 에너지 소비량도 커져 핫하우스 지구로 가는 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아직 지질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2000년 이후를 ‘인류세(Anthropocene)’로 부르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인류세는 인류의 활동으로 지구가 급변해 1만여 년 전 마지막 빙하시대가 끝난 이후인 ‘홀로세(Holocene)’로 더 이상 부를 수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했다. 2050년에는 인류세가 교과서에도 나오는 공식 용어가 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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