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신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꼬북칩을 먹는다. 주말에는 간단히 비비고 만두를 데워 먹거나 페리카나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다.” 놀랍지만 이곳은 서울이 아닌 뉴욕이다. 김치와 비빔밥만 말하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K푸드에 대해 할 말이 많아졌다. 라면부터 치킨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K푸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서도 K푸드가 선방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사실 K푸드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몇 년 전부터 이어진 글로벌 식품 트렌드가 K푸드의 특징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전 세계적인 ‘매운맛’ 열풍이다. 아이스크림, 스낵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매운맛의 인기는 그야말로 뜨겁다. 이에 ‘맵다’ 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 한국 음식도 자연스럽게 퍼졌다. 해외로 수출되는 떡볶이를 비롯해 라면에서도 매운맛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인이 먹어도 입이 얼얼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해외수출의 ‘대박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국적 음식 트렌드도 한몫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국적 음식 트렌드가 일면서 향신료 맛이 강한 태국 음식이나 새로운 아프리카 요리와 함께 한국 음식도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코로나19의 확산은 K푸드의 건강적 측면까지 부각시켰다. 면역력에 좋은 발효식품이 글로벌 이슈가 되면서 김치가 떠오른 것이다. 김치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각국 매체가 선정한 ‘면역력에 좋은 식품’에서 어느덧 단골손님이 됐다. 물론 김치와 함께 언급되는 자우어크라우트(양배추 절임)나 일본의 미소, 케피어(발효 유제품) 등의 경쟁자들이 있지만 김치는 자연발효를 통해 다량의 유산균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잘 익은 김치의 1g당 유산균은 최대 10억 마리 정도다. 게다가 여러 영양소가 한데 어울려 다양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특징도 있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이나 라면 수요가 높아지면서 한국 라면과 치킨의 구매도 올라갔다. 뉴욕타임스는 맨해튼에 위치한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 본촌치킨에 대해 “새콤한 사각 무절임과 한국식 양념이 거부할 수 없는 맛을 자랑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페리카나 치킨 관계자는 코트라를 통해 “코로나19로 맨해튼 식당들이 도산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체인점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K푸드의 인기는 SNS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날개를 달 수 있었다. 매운맛 체험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 라면에 도전하는 ‘코리안 스파이시 누들 챌린지’도 벌어졌다. 뭐든지 ‘빠른’ 한국인도 새로운 플랫폼을 발 빠르게 이용했다.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먹방이라는 단어가 한국어 발음 ‘Mukbang’으로 표기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유튜브에서 한국의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K푸드는 외국인에게 더 많이 노출됐고, 현재는 미국의 유튜버 ‘망치(Maangchi)’처럼 한식 레시피를 전하는 콘텐츠도 인기가 높다.
마늘 냄새가 나고, 매워서 ‘한 입 먹기’에 그쳤던 K푸드는 이제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으로 부상 중이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 체험 스토리나 자신만의 활용 레시피 등이 플랫폼을 통해 전달되면서 한국 문화의 매력이 전파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K푸드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