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다. 지난해 미국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우주인을 보내는 데 성공하면서 뉴 스페이스는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을 상징하는 키워드이자 정부의 우주산업화 정책의 중요한 어젠다가 됐다.
뉴 스페이스는 발사체와 위성 분야의 기술혁신 그리고 산업의 융합으로 우주산업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민간 투자와 새로운 우주서비스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상으로 요약된다. 뉴 스페이스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우주개발의 상업화와 민간 참여 확대 정도의 의미를 넘어서, 정부와 민간의 관계 변화를 수반한 전통적 우주개발 산업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주개발은 정부가 주된 자금 공급원이 돼 민간 대형 업체가 개발한 하드웨어를 구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민간 투자 파트너와 기업가적 활동(entrepreneurial activity) 모델을 기반으로 한 소위 뉴 스페이스 기업들이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1,100여 개 우주 기업에 180조 원 민간 투자 이뤄져
글로벌 우주 분야 투자회사인 미국 스페이스 엔젤스의 최근 글로벌 뉴 스페이스 투자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0년 3분기 현재까지 1,128개의 우주 기업이 총누적액 1,660억 달러(약 180조 원)의 민간 투자를 받았다. 2015년 이후 크게 증가한 투자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상반기 주춤했지만, 3분기 이후 반등하고 있다고 한다. GPS와 지리공간정보, 지구관측 분야 등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 20% 가까이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국내에는 뉴 스페이스 기업이 몇 개나 있으며 투자 규모는 얼마나 될까? 뉴 스페이스 기업을 구분하는 공식적인 개념은 없지만, 뉴 스페이스 기업의 주요한 특징으로는 기술혁신과 융합, 글로벌 마켓과 파트너십, 신 비즈니스 모델, 민간 투자 기반의 중소기업·벤처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민간 투자를 받은 기업으로 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국내의 우주 기업 가운데 벤처캐피털, 엔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의 수를 파악하면 쎄트렉아이,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등 대략 10개 남짓으로 파악된다. 국내의 경우 2005년 쎄트렉아이가 첫 투자를 받은 이래 몇몇 기업이 간간이 투자를 받다가, 2017년부터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0년 총투자액은 11월 현재까지 약 130억 원 규모로, 2019년 한 해 동안 기록한 141억 원에 근접한 수치다. 코로나19가 산업계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국내의 우주기업에 대한 투자 관심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개입 필요 없다?… 뉴 스페이스 확대위해 넘어야 할 오해들
뉴 스페이스 확대를 통해 우주개발의 상업화와 민간 참여의 확대를 넘어,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의 변화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민간에서 넘어서야 하는 뉴 스페이스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뉴 스페이스는 정부의 우주개발 프로그램과 관계없는 민간자본 투자와 상용기술의 사업 영역으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 없다는 오해다. 그러나 정부는 뉴 스페이스 기업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 그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6년 상업용 궤도운송서비스(COTS; Commercial Orbital Transportation Services)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이스X에 2억7,800만 달러를 지원했다. 그동안은 정부가 제시한 기술개발의 방향과 개발 목표를 기업이 용역 계약을 통해 수행하는 방식이었다면, COTS는 정부가 기술개발의 요건만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식 검사만을 할 뿐 구체적인 개발은 기업이 주도한다. NASA는 현재 추진 중인 달 탐사 프로젝트까지 많은 우주프로그램을 이러한 민관협력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민간의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둘째, 뉴 스페이스는 우주관광, 우주자원 채굴 등 위험요소가 큰 신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기대고 있을 뿐, 전통적인 우주산업과는 관계가 없다는 오해다. 그러나 뉴 스페이스의 신시장이 아니라 발사체와 위성체제작 같은 기존 우주산업에서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 같은 기존 우주 기업들은 생산 효율화를 위해 가상현실이나 3D프린팅 같은 신기술을 공정에 활용하고, 다양한 크기의 위성을 낮은 비용으로 신속히 제작하기 위해 상용부품을 사용하는 대량생산 라인을 도입하는 등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우주산업은 우주부품 공급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로의 편입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내수시장의 한계에 갇혀 있던 국내 부품·소재 공급업체들의 우주산업 진출 기회가 커질 것임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뉴 스페이스는 중소벤처기업의 영역으로 대기업과는 관계가 없다는 오해다. 뉴 스페이스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강조에서 비롯됐다고 보이지만, 타 산업에 비해 유난히 대기업의 관심이 적은 국내 사정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 스페이스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상이한 가치사슬 또는 분야를 통합하는 비즈니스의 확장 방식이다. 위성부품 제조, 위성체 체계 제조, 서비스, 단말기 등 시장 구분이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적극적인 기업 간 인수합병으로 제조뿐만 아니라 최종 활용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느는 추세다. 뉴 스페이스도 점차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날로 커져가는 뉴 스페이스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우주시대의 개막과 미래사회에 대한 기대의 반영이다. 우리 정부도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우주정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뉴 스페이스가 정책 홍보의 진부한 레토릭에 머물지 않고 우주산업 진흥의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주요한 수단이 되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각각의 역할에 대한 면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