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한때 꿈의 물질로 칭송받았지만, 지금은 인류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쓰레기 처리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다시 우리 몸에 들어오는 기묘한 순환고리 때문에 플라스틱 공포가 커지고 있다. 너무나 유용하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도 없지만 이대로 쓰기엔 불안한 플라스틱 딜레마,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아도 되는 대안이 있을 경우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피해야 한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대안발굴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주도하는 것은 ‘일회용’ 제품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회용’ 사회로 가야 한다. 포장재 없는 매장이 확대돼야 하고, 다회용기로 음료나 음식을 소비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정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다회용기를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사용하고 난 다회용기를 수거한 후 세척하는 시스템도 전국적으로 구축돼야 할 것이다.
한 커피 업체는 다회용 컵에 보증금을 부과한 후 회수해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제주도 전역에서 시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영화관에서는 일회용 팝콘 용기를 다회용기로 대체하고자 움직이는 중이고,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일회용 컵을 다회용 컵으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포장재 없는 가게도 확산되고 있는데, 소비행태를 바꾸는 변화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개동에 가게 하나가 들어서야 한다. 궁극적으로 ‘일회용 포장재 없는 알맹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 생산자가 적극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소비자가 품목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표시제 개선, 온라인 정보 제공 등 힘써야
플라스틱을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재생원료로 다시 순환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원활한 플라스틱 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올바른 분리배출이 필요하다. 올바른 분리배출의 핵심은 재활용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선별하고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도록 배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플라스틱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소비자가 분리배출 대상 플라스틱과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플라스틱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분리배출 대상 품목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정부와 생산자가 마련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리배출 표시제 개선이 필요하다. 분리배출 표시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확보해 분리배출 표시가 된 제품은 분리 배출하도록 해야 한다. 분리배출 표시가 어려운 제품은 온라인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들이 필요할 때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을 이용하면 된다.
분리배출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지켜야 할 원칙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분리배출 표시가 있는 제품은 분리 배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분리배출 표시가 된 것 중에서 재활용되지 않는 품목이 많다는 정보로 인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물론 실제로 재활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배출 표시가 된 것은 분리 배출해야 한다. 분리배출 표시가 된 것은 소비자가 재활용 비용을 부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다 버리는 것은 이중부담의 문제가 발생한다. 분리배출 표시된 것이 재활용되지 않는다면 분리배출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재활용되도록 재활용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부피가 작은 것은 선별이 어렵기 때문에 재활용되지 않는다. 플라스틱방앗간처럼 부피가 작은 것만을 따로 모으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칫솔이나 빨대, 작은 장난감조각 같은 것은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셋째, 고무류나 PVC 재질은 재활용이 어렵다. 고무장갑, 고무줄, PVC랩, 슬리퍼, 고무호스 등은 모두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들이므로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넷째, 일회용 라이터와 배터리는 위험폐기물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회용 라이터는 쓰레기로 버려야 하고, 휴대용 배터리는 건전지로 버려야 한다.
다섯째, 멜라민 수지나 실리콘 제품 등은 재활용되지 않는 재질이다. PET나 PP, PE, PS 재질 외에 가정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여섯째, 페트병을 버릴 때는 라벨은 제거하고 압축한 후 마개를 닫아서 배출하면 된다. 투명 페트병이 별도로 분리 배출되는 지역은 반드시 음료나 생수병만 투명 페트병으로 버려야 한다. 기름이나 샴푸, 세제를 담은 병은 투명하더라도 플라스틱류로 배출해야 한다.
올바른 분리배출은 소비자의 의무
마지막으로 분리배출과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세척이다. 내용물이 남지 않도록 잘 비우고 반드시 헹궈서 버려야 한다. 음식물이 묻어 있는 경우 선별 및 재활용 작업과정의 위생을 악화시키고 재생원료 품질을 떨어뜨린다. 세척을 하더라도 국물 자국이 남는 경우 햇빛으로 세척하는 것도 방법인데, 이것이 어려운 경우에도 쓰레기로 버리기보다 분리 배출하는 것이 낫다.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경우에는 재활용이 어렵지만 국물 자국 정도까지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사람과 이별할 때에도 예의가 필요하듯이 물건과 이별할 때도 예의가 필요하다. 올바른 분리배출은 소비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아야 하는 소비자의 의무다. 쓰레기 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