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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한 해 판트(Pfand)로 수거된 페트병 재활용률 97.4%
신정아 『나라경제』 기자 2021년 03월호


독일을 비롯한 EU에서는 올해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면봉, 접시, 빨대, 봉지와 스티로폼 포장재 등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커피 제품으로 유명한 독일 기업 치보(Tchibo)는 몇 해 전부터 그물망 등 해양 폐기물을 에코닐(Econyl)이라는 재활용 나일론 섬유로 가공해 운동복을, 페트병 17개를 재활용해 레깅스를 만든다고 한다. 이 모든 게 최근 환경 문제가 부각되면서 일어나는 현상 같아 보이지만, 독일은 꽤 오래전부터 ‘플라스틱 다이어트’가 일상화된 나라 중 하나다.
기자가 처음 독일에 갔을 때는 2011년이었다. 한국에서는 2019년부터 비닐봉투 유료화가 도입됐지만, 독일은 2011년 당시에도 마트나 의류 매장에서 비닐을 유상 판매하는 곳이 많아 개인 천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다. 가방을 깜박해서 어쩔 수 없이 비닐을 구매해도 비닐 하단에 ‘사용한 비닐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25센트를 돌려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독일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제품을 줄이기 위해 용기에 보증금을 매겨 나중에 반납하면 환급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판트(Pfand)라고도 불리는 이 보증금 환급 제도는 2003년부터 시작됐는데, 비닐뿐만 아니라 페트와 캔, 유리로 만들어진 용기에도 적용된다. 마트에서 가격표 옆에 ‘+Pfand €0,25’라고 따로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다. 15센트 판트도 있는데 이는 최대 50번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다회용 용기여서 더 저렴한 편이다. 유리병은 8센트의 판트가 붙는다. 처음에는 독일 사람들이 캔맥주보다는 병맥주를 자주 마셔서 ‘역시 맥주의 민족이라 병째로(?) 마셔야 맛있나 보군…’ 했는데, 알고 보니 25센트 판트가 붙는 캔보다 병이 저렴해서라는 독일 친구의 우스갯소리.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차곡차곡 쌓아둔 빈 페트병과 유리병을 들고 동네 마트에 비치된 공병 수거 기계 앞으로 가져간다. 여기서 잠깐. 한국에서 열심히 했던 공병 분리수거 습관은 독일에서는 잠시 넣어둬야 한다. 훼손된 공병은 기계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찌그러뜨리면 안 되며, 상표 띠에 판트 바코드가 있어 띠를 제거하면 집에서 버릴 쓰레기를 수고롭게 마트까지 갖고 나와 버린 꼴이 된다. 판트할 용기를 잔뜩 들고 마트에 가야 하는 조금은 귀찮은 수고를 들여야 하지만, 판트의 하이라이트는 적립된 금액을 현금 또는 할인 쿠폰처럼 쓸 수 있어 그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 이렇게 해서 재활용이 잘 되느냐고? 독일 포장시장연구협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재활용 가능 페트병으로 분류된 폐기물 중에서 판트로 수거된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97.4%라고 한다. 반면 같은 해 조사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보고서는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이 EU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22.7%에 그친다고 보고했다.
독일의 탈플라스틱 일상은 공병 재활용에서 끝나지 않는다.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포장된 과일이나 채소는 거의 보기 어렵고, 낱개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먹을 수 있는 만큼 담아 갈 수 있었다. 게다가 포장되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를 같이 산 다른 물건과 함께 무심한 듯 개인 장바구니에 넣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빵집에서도 비닐이 아닌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다. 한국에서는 혼자 먹기엔 많은 양의 과일이, 심지어 바나나 한 개짜리도 비닐 또는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있어 과일 ‘덕후’지만 1인 가구인 데다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까워 구매를 주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와 대형마트의 맥주 코너에서 발견한 독일산 맥주에 찍힌 판트 바코드를 보곤 피식 웃음이 났다. ‘언젠가는 독일에 돌아갈 테니 잘 모아뒀다가 판트해야지…’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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