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을 깔아놓은 걸까. 윤슬이 유난히 빛나는 날이다. 매일 보는 바다지만 모래사장 너머 부서지는 잔잔한 파도 위로 살포시 스며든 햇살의 반짝거림은 언제나 나를 매혹한다. 일하면서도 치유를 얻는 곳, 그래서 다시 일할 수 있는 곳,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완도군은 크고 작은 265개 섬이 군도를 이루는 지역이다. 굴곡이 심한 리아스식 해안으로 풍경이 아름답고 청정할뿐더러 전복,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양생물 종이 국내에서 가장 다양하며 해조류 생산량도 전국 최대다. 게다가 생리활성을 촉진하는 맥반석이 바다 밑에 깔려 있고, 파도에 의해 부서지는 포말과 바람에 실려 오는 해양 에어로졸, 대도시의 50배나 많은 산소 음이온을 갖추고 있어 해양치유 장소로는 최적이다.
완도군은 2017년 해양치유산업 선도 지자체로 선정된 후 2018년 해양치유산업과를 신설해 해양기후자원을 활용한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184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참가자는 총 1만4,487명에 달했다.
오늘은 노르딕워킹과 꽃차 시음, 해양치유음식 시식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시작 1시간 반 전부터 직원 및 관계자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고운 모래사장 위에 텐트를 설치하고 음향 장비를 갖춘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사람소리가 어우러져 생기가 돋는다. 테이블 위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비파꽃차, 황칠잎차, 맨드라미·구절초 꽃차와 청산도 검정보리커피, 동백꽃 음료가 고운 색을 물들이며 화려하게 세팅된다. 완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생이 호떡 반죽도 알맞게 숙성됐다.
노르딕워킹 강사들은 원활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워킹 진행 방향, 각자 할 일 등을 의논하고 노르딕폴대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2019년부터 완도군의 심화교육 등을 통해 꾸준히 실력을 키웠고 올해 프로그램 강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사전 예약한 프로그램 참가자 30~40명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해양치유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얼굴에는 4km의 드넓은 모래사장과 반짝이는 바다 경관을 보며 느끼는 설렘이 묻어난다. 노르딕폴을 활용해 고운 모래 위 해안가를 걷기 시작하자 참가자들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얼굴이 밝아진다. 마음의 소리가 나온다. “걷고,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고, 오감만족! 제대로 힐링하고 갑니다.” “코로나블루를 한 방에 날리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어요.” “먼 길 달려온 보람이 있네요.”
2019년 참혹한 재난 현장을 목격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 및 가족을 위한 해양치유캠프와 2020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헌신한 의료진 등 국민영웅들의 코로나블루 극복을 위한 치유·휴양 레저관광프로그램 등에 참가했던 분들도 생생한 치유 경험담과 함께 다시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참가자들의 반응에서 나는 치유를 받는다. 그리고 바다가 나를 치유한다.
완도의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노르딕워킹, 필라테스, 해변엑서사이즈 등 기후치유활동에 해수찜, 다시마팩 등 해양치유자원과 꽃차 등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치유자원을 연계해 구성하며 계절별로 차별화해 진행한다. 올여름에는 7월 23일~8월 15일 24일간 해수욕장에 해양치유체험존을 설치해 매일 운영한다. 참가 신청은 사전예약·현장접수 모두 가능하며 가을 프로그램은 9~11월에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가 문의는 완도군 해양치유담당관실 해양치유지원팀(☎061-550-5682, 5578)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