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서부 항구도시 생말로는 파리를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당일치기로 몽생미셸을 여행하면서 잠깐 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생말로에 며칠 더 머무르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경험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바로 프랑스 최고 수준의 해양치유 시설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Les Thermes Marins de Saint Malo)에서 말이다.
5천㎡ 면적의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는 6개의 온수 해수풀, 60개의 해수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3명의 의사와 1명의 영양사, 10명의 물리치료사 등이 상주하며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고객들은 원기 회복, 스트레스 해소, 어깨 치료, 노화 방지, 체중 감량 등 원하는 프로그램을 고른 후 각각의 목적에 맞춰 구성된 해수찜, 해수팩, 아쿠아 체조, 명상 등의 활동에 참여한다. 의사 진단과 처방, 영양사의 식단 조절 등을 통한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도 있다.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는 세워진 지 60년이 다 돼가지만 지금과 같은 해양치료 시설 형태를 갖춘 것은 1981년 세르쥬 롤리 회장이 호텔을 인수하면서다. 프랑스에 현대적인 해양치유 시설들이 생기던 초창기였다. 2015년에는 대표적인 시설로 꼽히는 미로형 온수 해수풀을 리모델링하는 등 2000년대 들어 공격적인 시설투자를 통한 고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에서 해양치료 및 호텔·식당 등 전체 시설에 고용된 직원 수는 420여 명, 연간 이용객 수는 3만여 명에 달한다. 지난 7개월 동안 프랑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폐쇄됐다가 올해 6월 9일 다시 오픈했다.
프랑스는 현대 해양치유의 발상지라고 일컬어질 만큼 해양치유의 역사가 깊다. 1865년 프랑스의 조셉 라 보나디에르 박사는 그리스어로 바다를 뜻하는 ‘탈라사’와 치유를 뜻하는 ‘테라페이아’를 합쳐 ‘탈라소테라피(thalassothérapie)’, 즉 해양치유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1899년에 프랑스 의사 루이 유진 바고는 브르타뉴 지방 로스코프에 지금과 같은 개념의 해양치유센터를 세웠는데, 1953~1955년 3년 연속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대회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루이종 보베는 이곳에서의 치료를 통해 1961년 있었던 교통사고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극복했다. 바다의 치유력에 감탄한 루이종 보베는 1964년 치료에 레저를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해양치유센터를 프랑스 서쪽 해안 퀴베롱에 설립했다.
1986년에는 의사, 과학자, 해양치유기관 경영자가 국제해양치유연맹을 결성했고, 2008년에는 전국해양치유관계자협회와 통합해 해양치유센터협회인 ‘프랑스 탈라소’를 탄생시켰다. 현재 프랑스 탈라소에 등록된 센터는 총 35곳이다. 이들 센터는 천연 해수 사용, 인력의 전문성, 철저한 안전·위생 관리, 첨단 시설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 인증을 받은 기관이다.
앞에서 살펴본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 등 프랑스 탈라소에 등록된 기관을 포함해 현재 총 50여 곳의 해양치유기관이 프랑스 해변 전역에 흩어져 있다. 프랑스 시장조사기관 인 엑스텐소(In Extenso)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이들 센터의 연간 이용객 수는 약 50만 명, 음식·숙박을 포함한 총매출은 약 3억 유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