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확산세 여파로 7월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소비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11일 폐막한 ‘대한민국 동행세일’에서 비대면 거래실적의 약진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파고도 비대면 거래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행세일 전체 행사기간 동안 TV 홈쇼핑, 온라인 기획전, 라이브커머스 등 비대면 전체 판매실적은 1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온라인 쇼핑 전체 거래액도 16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26%나 증가했다. 한편 올해 동행세일에서는 명품을 중심으로 백화점의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31.6%, 현대백화점은 29.8%, 롯데백화점은 18.6%로 명품 매출에서 비약적인 증가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지친 소비자들, 고가 레저활동, 호캉스에 열광
명품은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와 함께 골프나 캠핑 등의 고가 레저활동, 호캉스나 고가의 호텔 빙수, 프리미엄 가전 등의 럭셔리 소비도 코로나19로 지친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소비품목이 되고 있다. 명품 소비는 새벽부터 명품관 앞에 수백 명이 줄 서 있다가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오픈런(open run)을 하는 상황이 거의 매일 반복될 정도로 과열돼 있다. 명품 매출액 규모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해 2020년 기준 약 15조 원으로 세계 7위에 올랐다. 이것은 5위 영국, 6위 이탈리아에 약간 뒤지는 수치고 심지어 8위 독일보다 높은 수치다.
골프는 코로나19로 실내스포츠 활동에 유례없는 제약이 주어지자 대안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소수 인원이 넒은 야외에서 지인들과 함께 즐기면서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마찬가지로 스크린골프의 경우에도 지인 몇 명과 한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다. 특히 해외여행이 막혀 있는 가운데 넒은 필드로 라운딩을 나가면 여행 간 기분이 드는 점도 한몫했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데, 이들은 골프를 운동 목적뿐만 아니라 화려한 골프웨어와 아이템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하나의 채널로 활용한다. 즉 골프의 클래식하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골프장들은 베스트 포토존도 설치해 SNS에 사진을 올리는 젊은 세대들의 취향에 맞추고 있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굳은 돈으로 국내에서 럭셔리한 휴가를 보내려는 보복소비의 또 하나의 유형이 호텔 패키지 이용이다. 특히 휴가철을 맞은 상황에서 ‘코로나 통금’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독립된 공간인 호텔로의 여행을 선택하는 호캉스족이 늘어나고 있다. 객실별 독립 수영장을 갖춘 곳도 있고 산책로, 낭만적인 카페나 음식점 등으로 안전하면서도 럭셔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금빙수’라 불리는 호텔 빙수도 호텔의 럭셔리한 분위기와 함께 입소문이 나 고급 빙수를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쇄도해 해마다 급격하게 오르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사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프리미엄 가전, 자동차, 고급 시계, 인테리어 시공 등의 럭셔리 소비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비약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보복소비 심리, 차별화 욕구 등으로 럭셔리 소비 증가 가속화
첫째는 보복소비 심리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억제됐던 소비 욕구가 분출하면서 만족을 크게 느낄 수 있는 소비로 몰리다 보니 평상시에는 하기 어려운 럭셔리 소비로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억제됐던 소비로 돈이 굳었던 점도 럭셔리 소비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 및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럭셔리 소비가 갖고 있는 동조소비 성향과 차별화 욕구가 럭셔리 소비를 촉진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계층상승 욕구가 있다. 현실에서는 이것을 실현하기 어렵지만, 소비를 통해 마치 자신이 더 높은 계층에 속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따라 상위 계층의 소비를 따라 하는 동조소비 성향이 명품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나타난다.
올해 샤넬은 3번, 루이비통은 4번이나 가격을 인상했는데 가격을 올릴 때마다 오히려 오픈런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것은 가격이 오르면 아무나 사기 어려워지므로, 차별화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 소비가 몰린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명품 소비는 동조 성향과 차별화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셋째, MZ세대의 플렉스 문화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활동이 위축되다 보니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됐다. 또한 친숙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소 먼 관계 혹은 불특정 다수와도 교류하게 됐다. 여기서는 깊은 대화나 소통보다는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생활이나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자신을 좋은 이미지로 포장하고 ‘좋아요’ 숫자나 댓글 등을 통해 인터넷에서 자신에 대한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럭셔리 소비는 여기에 아주 좋은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넷째, MZ세대의 리셀(resell) 문화다. MZ세대는 ‘자본주의 키즈’라고도 하는데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고 욕망에 솔직하며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또 이들은 재무관리와 투자에 적극적인 편으로 일찍부터 재테크를 고민한다. 그러나 부동산은 너무 비싸고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위험성이 크며, 예금이나 채권은 이자율이 낮다. 이에 따라 이들은 비전통적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명품, 운동화 등이며 최근에는 아트 상품으로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리셀을 할 수 있는 중고거래 앱들이다. 특히 MZ세대는 여러 차례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이는 N차 신상의 트렌드를 가지고 있다. 희소성이 있거나 다수의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은 투자의 대상으로 여긴다. 따라서 명품을 리셀하기 아주 좋은 상품으로 여긴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럭셔리 소비가 증가하는 원인을 살펴봤는데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점은 있으나 온라인 중심 경제의 시대에 예견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진정과 관계없이 럭셔리 소비에 대한 관심과 소비 활동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