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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CBDC 전쟁 이미 시작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 저자 2021년 09월호


블록체인을 활용한 화폐의 디지털화는 몇 년 전부터 금융계의 큰 화두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쏠려 있겠지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도 눈여겨봐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거래가 크게 늘고 현금 사용의 감소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국내외에서 CBDC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CBDC는 한마디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법정통화이며 현금과 같은 가치가 보장되므로 가격 변동성이 심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는 차이가 있다. 현금과 비교하면 실물이 아닌 디지털로 발행되는 만큼 제작·발행 비용이 낮다. 또한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탈세나 자금세탁을 방지할 수 있다. 도난 및 분실 우려가 줄어들고 거래의 신속성과 편의성도 확보할 수 있다.
CBDC는 금융기관이 은행 간 자금 거래를 위해 사용하는 거액결제용 CBDC와 개인 이용자가 일반적인 금융 거래에 사용하는 소액결제용 CBDC로 구분된다. 각국은 경제 상황과 여러 요소를 고려해 거액·소액을 모두 개발하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를 선택하고 있다.

중국은 내년 초 CBDC 도입 예상···EU는 디지털 유로화 프로젝트 진행 중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이 6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6%의 중앙은행이 CBDC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향후 몇 년 안에 CBDC를 발행할 계획을 세운 국가도 20%에 달했다.
이미 CBDC를 발행한 국가도 있다. 지난해 10월 카리브해에 위치한 바하마는 세계 최초의 CBDC인 샌드 달러(Sand Dollar)를 발행했다. 바하마는 수백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인데 국민 간 기본 금융서비스에 대한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CBDC를 발행했다. BIS에 따르면 바하마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우루과이, 캄보디아 등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가가 적극적으로 CBDC 도입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CBDC 연구 혹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 현재 지급결제시스템에서 벗어나 분산원장 기반, 블록 생성 등 새로운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지를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다. 경제·금융 분야에서 큰 변화로 다가올 수 있어 CBDC 모델 수립 후 다년간에 걸쳐 검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CBDC 발행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개발을 추진했고, 이미 2020년 4월 CBDC를 발행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개발 및 상용화 수준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CBDC의 상용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주요 국가 중 CBDC에 대해 가장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 달러 유동성 공급 등 금융 상황 변화 속에서 지급결제 수단으로의 CBDC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준에서 2023년 디지털 달러를 공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 통화감독청은 기존 통화와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연준은 CBDC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9월에 CBDC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EU는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중 CBDC 추진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0월 디지털 유로화 발행과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올해 초까지 공개 의견접수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난 4월 발표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디지털 유로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2015년부터 영란은행이 CBDC를 연구 과제로 선정하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영란은행이 CBDC의 핵심을 맡고, 민간은행과 금융기관이 CBDC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의 모델을 연구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영란은행과 재무부가 CBDC를 검토할 합동 TF를 구성하기도 했다. 스웨덴은 2022년까지 CBDC 파일럿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 태국 등이 CBD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현재 개념검증 실험을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거액결제용 CBDC를 직접 발행하고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노드로 참여해 분산원장을 관리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2018년 초 별도의 연구 TF를 출범해 CBDC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1단계 실험을 통해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자산 구매 등 실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CBDC가 은행을 중심으로 유통될 가능성을 보고 개별적으로 CBDC 관련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CBDC 상용화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전통적인 실물화폐의 개념과 사용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인 화폐의 발행과 가치 안정은 물론 통화정책, 물가 등 경제 전반에 CBDC로 인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CBDC 도입이 기존 화폐 발행의 단점을 줄이고 은행, 금융업의 디지털 기반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면, CBDC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각국의 통화 위상과 경제 상황, 블록체인 기술 발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제 상용화 시기는 국가별로 상이할 것으로 보인다.
점차 실물이 사라지고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대 변화에 더해 비대면 디지털경제 체제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디지털경제의 주요 축으로 작동할 중앙은행의 블록체인 기반 CBDC가 우리 삶으로 다가올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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