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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금융불안에 대비할 필요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1년 09월호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실제 도입을 목표로 CBDC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올해 하반기부터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실험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최근 언론을 중심으로 향후 CBDC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의 CBDC 발행에 대한 관심은 현금 없는 경제 대비 차원
일부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CBDC를 도입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가상자산이 화폐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가상자산과 CBDC 도입은 엄밀한 의미에서 별개의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CBDC 발행에 관심을 보이는 궁극적인 이유는 다가오는 현금 없는 경제(cashless economy)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보는 견해가 보다 적절하다.
현금 사용이 빠르게 축소돼 현금 없는 경제 혹은 현금 사용이 불편한 경제가 도래하면 민간 경제주체들은 더 이상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화폐를 사용하거나 보유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비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새로 발행함으로써 개인이 현금 없는 경제에서도 계속 공신력 있는 중앙은행 발행 화폐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가 CBDC 도입 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즉 현금 수요가 급격히 축소돼 실물 명목화폐가 사라질 상황에 처한 국가 입장에서 보면 CBDC의 도입을 통해 중앙은행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한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금융포용 차원에서는 신용 미비 등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개인이 현금이 사라지더라도 CBDC라는 안정적인 지급결제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현금 없는 경제에서 민간이 제공하는 전자적 지급수단에 시스템상의 장애 혹은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에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및 복원성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CBDC가 도입돼 은행예금의 일부가 CBDC로 대체되면 은행은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규모를 축소하게 되고, 그 결과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은행예금 감소로 은행대출이 축소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출 등을 통해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경우, CBDC 도입 이전에 비해 중앙은행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은행을 대신해 민간에 직접 대출을 하고, 그에 따라 은행의 역할이 크게 변하거나 그 기능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앙은행이 민간 경제주체에 직접 일일이 대출을 할 여력이 없을뿐더러,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중국 등의 CBDC 공급 메커니즘을 살펴봐도 이를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CBDC는 기존 실물화폐인 현금 발행 메커니즘과 유사하게 중앙은행과 은행으로 구성되는 2단계 체제를 통해 발행·유통되는 구조다. 즉 중앙은행은 민간은행에 CBDC를 공급하고, 다시 민간은행은 일반 경제주체에 CBDC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와 같은 2단계 체제를 채택한 것은 은행이 CBDC 공급의 접점 역할을 수행토록 함으로써 실물화폐인 현금을 CBDC로 쉽게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약화도 억제해 CBDC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또한 개인 입장에서는 CBDC와 은행예금에 기반한 결제수단 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반면, 은행예금에는 기존보다 더 많은 이자가 지급된다면 CBDC가 은행예금을 대체하는 정도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CBDC 도입이 은행의 역할 및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면, 각국 중앙은행은 예상되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 초기 CBDC의 보유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보완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CBDC 도입에 따른 잠재적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CBDC의 도입으로 예금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경우 은행들은 수익성이 저하되거나, 혹은 수익성 보전을 위해 고위험 대출을 늘리는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운용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 아울러 사이버공격으로부터의 안전성 등도 아직까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아 향후 CBDC가 도입될 경우 새로운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점검 및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겠다.
이와 더불어 은행예금이 무위험 CBDC로 쉽게 교환 가능하게 됨에 따라 뱅크런과 유사한 소위 디지털런(digital run)의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우려가 있다. 은행을 직접 방문해 예금을 현금(실물 명목화폐)으로 인출하지 않고도 적은 비용으로 보다 신속하고 대규모로 CBDC(전자 명목화폐)로 교환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동일한 금융불안 혹은 리스크 발생 시에도 디지털런의 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CBDC의 제한된 익명성 보장으로 개인정보 보호, 탈세 최소화 등 도모
CBDC는 현금과는 달리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경우 CBDC에 대해 어느 정도 제한된 익명성을 보장해 개인정보 보호와 자금세탁 부작용 최소화를 도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는 반면, 익명성이 완전히 보장될 경우에는 탈세 및 자금세탁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는 단계(front-end)에서는 거래상대방에게 자발적으로 공개한 정보 외에는 익명성을 보장하고, 거래 및 이전등록 업무 등을 처리하는 단계(back-end)에서는 중앙은행과 은행에 차별화된 정보 접근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은행은 사용자 신원정보, 거래상대방 및 거래금액 등 모든 정보에 접근 가능하며, 은행들은 사용자 신원정보에 대한 접근만 가능하도록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 등을 중심으로 중국이 CBDC를 도입하면 국제적으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크게 확대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미국 달러화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을 포함한 상당수 주요국의 CBDC는 중앙은행과 은행으로 구성되는 2단계 체제를 통해 발행·유통되는 형태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체제하에서는 중앙은행이 최종적으로 거래완결 작업 검증을 책임지기 때문에 비트코인 등과 같은 통상적인 가상자산과는 달리 CBDC 사용은 자국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미치는 국내로 제한되고 해외에서의 사용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즉 중국에 CBDC가 도입된다 해도 이는 전적으로 국내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하고 당장 해외에서의 사용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향후 CBDC의 국경 간 그리고 통화 간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CBDC의 국경 간 거래 및 환전 등이 가능할 수 있도록 현재 국제결제은행(BIS)과 주요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와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논의의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국제적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과 노력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CBDC의 국경 간 유통이 가능해질 경우, 국제지급결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라는 장점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금이동과 같은 국가 간 전이효과와 자금세탁, 불법자금 거래와 같은 부작용도 동반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향후 국경 간 유통 가능한 CBDC의 구체적 형태 정립 및 구축 노력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 노력도 동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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