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창제 및 반포한 한글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글은 창제자와 창제연도 그리고 창제 목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지구상의 유일한 문자이기도 하다. 한국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이유는 이러한 한글 덕분이다. 한글은 문자 구성의 원리가 간단하고 발음 기관을 본 떠 만든 까닭에 배우기가 쉽다. 세계의 언어학자들 역시 한글이 뛰어난 문자로 편리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 24자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글자는 무려 1만1,172자나 되고 표기할 수 있는 소리의 제한도 거의 없다는 면에서 놀랍다. 이러한 한글을 문자로 사용하는 한국어는 한류를 통해 한국문화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며 현재는 세계적인 문화콘텐츠와 상징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한글과 한국어의 가치가 높아진 것은 공공외교(정부 간 소통과 협상 과정을 일컫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와 대비되는 개념)로서의 성과가 컸기 때문이다. 세계 언어 정보를 제공하는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전 세계 한국어 사용자 수는 7,7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2019년 기준). 이는 세계 언어별 사용자 수 순위 13위에 해당한다. 한류를 통해서 전 세계인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고 싶어진 것이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 한국어 학습자의 수는 늘고 국적은 다양해졌다. 또한 세계 대학 곳곳에서 한국어학과가 개설되고 세계 9번째로 국제 특허 협력 조약 국제 공개어로서 지위를 획득하는 등 한국어는 공공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공공외교는 ‘국가 간의 교류’보다는 ‘대중’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특히 21세기에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수평적·쌍방향적 소통 전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러 국가와 다양한 정보 채널을 통해 문화콘텐츠를 공유하게 됐다. 문화와 예술, 스포츠, 가치관 등의 다양한 무형 자산 속에서 한류는 정보 채널들을 통해 빠르게 전파돼 상대 국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프트 파워’의 기능을 한다.
한글과 한국어가 갖고 있는 또 다른 가치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언어라는 것이다. 과학적인 언어 창제 원리(상형과 가획의 원리)를 갖춘 한글과 한국어는 기본 글자에 획을 추가하는 가획 체계, 기호와 음성의 일대일 대응, 자모음의 한 음절 모아쓰기로 인해 자판 속도를 빠르게 한다. 또한 이런 이점으로 한글과 한국어는 음성인식 컴퓨터 개발 등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다른 나라의 언어보다 앞선다.
한글과 한국어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한 한류가 2021년 신한류로 발전해 나가면서 언택트 시대에도 강력한 언어가 될 수 있었다. 언택트 시대의 온라인 기반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OTT서비스를 통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더욱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 계층의 팬뿐만 아니라 연령과 성별, 인종을 가리지 않고 한글과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한류콘텐츠의 소비 계층은 넓어졌고, 이를 통해 한글과 한국어는 발달된 온라인(인터넷) 시스템을 기반으로 아시아를 넘어서 중동, 유럽, 미주 등 세계로 확장해 나간다고 하겠다.
미래의 한글과 한국어는 신한류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 세계인들과의 소통 창구가 될 것이다. 한류 속의 한국어는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 상대주의적인 태도에서 출발해 쌍방향 문화소통을 지향하고 그 개방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글, 한국어는 미래 융·복합시대에도 공공외교의 역할을 하면서 한류 속에서 위상을 펼치리라 예측해 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잘 사용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