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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의 특성 명확하게 인지하고 다양한 청년집단 목소리 들어주길”
문유진 무중력지대 양천 센터장 2021년 11월호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자 서울시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양천을 찾았다. 청년 당사자이자 2018년부터 이 공간을 이끌고 있는 문유진 센터장을 만나 지금 청년세대의 고민과 청년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청년을 한 세대로 묶어 정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MZ세대만 해도 연령대가 20~30대, 거의 40대까지 아우를 정도로 범위가 넓다. 그렇게 넓은 코호트상에서 동질성을 갖추기란 절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정책적 지원을 하려면 청년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되는데 나는 그것을 ‘이행기에 있는’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꼭 노동시장 진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중고등학교를 벗어나 성인이 돼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등 청년은 그 다음 단계가 무엇이 됐든 이행하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이행기에서 오는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시기에 얻어내는 성취라는 것이 온전히 우리 노력으로만 가능한 것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부모세대에서 이전되는 것이 많고, 이것이 또 다른 불평등을 낳아 꿈의 제한범위를 만들어낸다. 청년시기는 자원을 확보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노동을 시작하지 않았을 나이고, 그 전까지는 청소년이라는 보호받아야 될 대상이던 상태에서 갓 벗어난 때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청년들이 다음 단계를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나고 자란 환경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도록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필요성에서 무중력지대가 조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청년들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카페나 스터디룸 같은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비용부담 없이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에 여섯 군데 정도가 있고, 공간 지원과 더불어 심리상담, 영화제 개최, 커뮤니티 지원, 지역 거버넌스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청년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자유롭게 더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주로 어떤 청년들이 찾아오는지?
어떤 청년들이라고 특정하긴 어렵다. 아이를 데리고 오는 청년도 있고,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 직장인 청년, 대학생 청년도 있다. 19~39세의 청년이라면 모두 이용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중 우리가 포커스를 맞추려고 노력했던 집단은 고립청년이나 사회적으로 배제된 청년이다. 다양한 청년들을 보편적으로 지원하려고 노력하지만 고립이나 배제를 겪고 있는 청년에 대해 조금 더 예리하고 내실 있는 지원을 하려고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
2018년 개관 때부터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해왔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올해부터 시작하는 구직단념 청년을 위한 청년도전지원사업도 위탁받아 하고 있다. 구직단념 청년들 중에는 고립돼 있거나 장기간 구직을 해와 활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심리상담, 취업준비 지원과 함께 활력을 높이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돕고 있다. 또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모여 있는 기관과 지난해부터 연결이 돼 청년정책을 소개하고, 집 구하는 방법, 금융 문제에서 조심해야 할 것, 구직 시 살펴봐야 할 부분 등 사회에 나왔을 때 필요한 것에 초점을 맞춰 강의를 하고 자조모임도 운영한다.

다양한 청년을 많이 만날 텐데, 요즘 청년들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
어느 세대나 다 똑같지 않을까? 어떤 시대든 청년들의 고민이라고 하면 취업 이전에는 취업일 것이고, 주거 문제일 수도 있고 그리고 요즘에는 주식투자 같은 재테크로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관심사는 각자 다르겠지만 이들 모두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노동소득으로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주식이나 비트코인, 부동산 등도 안정적인 삶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주변에 보면 퇴근 후 또 다른 직업을 위해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졌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이 생기면서부터 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면 학교에서부터 코딩을 배우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했을 때 뒤처질 수밖에 없겠다는 위기감이 있다.

청년 문유진의 고민도 궁금하다.
나도 똑같다. 결혼을 해서 독립된 가정을 꾸려 살아가고 있는데 주거 문제가 역시 해결되지 않아 고민인 상황이다. 또 사회적인 가치가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데, 보장된 소득이라든지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청년단체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계속 다른 청년들이 유입돼 단체가 운영되고, 나는 어느 시점이 되면 다른 길을 찾아나가야 될 텐데 그런 고민도 구성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앞서 청년 삶의 질 문제를 언급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꼽는다면?
이 역시 집단별로 다르지 않을까 싶다. 삶의 질이라고 하는 게 개개인마다 추구하는 포인트가 다르지 않나. 그런데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진다는 측면에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정책 중 하나가 프리랜서 등 불안정한 비정규직 청년들을 위한 서울시 여행바우처 사업이다. 요즘 SNS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여행을 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됐다. 여행이 대화의 소재가 되고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될 수 있는, 단순히 놀러 갔다 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데, 이를 간파해 여행을 하지 못하는 집단을 타깃팅한 정책으로 큰 호응을 불렀다. 그렇게 체감이 되는 정책들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대학생, 취업준비생, 아이 있는 청년 등 각 집단에 필요한 직업훈련, 직업상담, 보육 등의 서비스 영역이 훨씬 더 확충되고 양질로 운영돼야 한다.

「청년기본법」이 시행되는 등 청년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청년기본법」이 시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사실 그 전에도 청년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들이 있어서 청년정책의 체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노력들이 더 많아지고, 그래서 현장의견을 듣고, 또 다양한 집단의 청년을 만나기도 하고, 정책의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청년들을 발굴해 내면서 점차 청년정책이 확대되고 사각지대가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회에서 청년을 어떻게 바라봤으면 하나.
여기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사실 어느 집단을 가든, 어떤 거버넌스에 참여하든 막내인 경우가 99.9%다. 많은 경우에 내가 동등한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다. 내가 어떤 대표성을 갖고 참여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런 경험을 계속 하고 있다면, 다른 청년들은 그런 경험을 훨씬 더 많이 하지 않을까. 그래서 청년을 동등한 주체로, 인격체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또 청년의 한 단면만 보고 평가하기보다 청년세대와 청년집단도 다양성이 있고 이질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정책설계를 하고 논의 테이블에 앉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요즘 고민 중의 하나가 ‘내가 청년을 대표하는가’이다. 여성이고 결혼을 했기에 남성 그리고 비혼 청년의 마음을 100% 공감할 수는 없다. 아이 엄마, 비혼청년, N잡러 청년 등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청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논의 내용이 더 풍성해지고 발전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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